[간밤의 TV] '피리부는 사나이' 신하균, 시청자와의 첫 협상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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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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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tvN]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인질극을 벌였던 지강헌은 돈이나 정치적인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억울함을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고 결국 총알 두 발에 사살됐다.

협상이라는 것이 원래 줄 걸 주고 받을 걸 받는, 기브 앤 테이크다. 줄 게 없을 때는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한다는 말이다. 꼭 받아야 할 게 있지만 줄 게 없는 사람들, 제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현실의 벽에 막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어쩌면 판타지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가 만들어진 이유다.

7일 첫방송한 이 드라마는 시청률 3.7%를 기록, 역대 tvN 월화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로 출발선을 끊었다. 첫 협상은 성공한 셈이다.

“인질 다섯명의 목숨값으로 500만 달러를 내놓으라”는 인질범으로부터 유능한 기업협상가 성찬(신하균)은 네 명의 인질을 구해내며 영웅 취급을 받는다. 성찬이 제시한 돈은 100만 달러. 애초부터 500만 달러를 다 줄 생각은 없었다. 인질범이 홧김에 인질 한 명을 죽이기를 바랐고, 그걸 유도했으며, 그걸 빌미로 값을 깎았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문제는 살아 돌아온 인질 중 한 명이 성찬에게 앙심을 품으면서부터다. 살해당한 인질이 형이었으니까. 그는 성찬의 애인을 인질로 잡고 인질범을 자처한다. 정인을 잃을까 봐 눈이 돌아간 성찬에게 미지의 남자, ‘피리부는 사나이’는 “네 잘못을 만인에게 고하지 않으면 애인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은 성찬에 모습에도 ‘피리부는 사나이’는 “네 사과가 성에 차지 않는다”며 인질범 행세를 한 인질도, 성찬의 애인도 폭발시켜버리고 만다.

한국에서 최초로 ‘협상’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한국적이지 않다. 그래서 더 짜릿하다. 최소한의 아량도, 미적대거나 망설이는 법도 없다. 미지의 테러범 ‘피리부는 사나이’는 협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비 없이 폭탄을 터뜨린다. 

원하는 바를 전략적으로 달성하는, 유능한 네고시에이터 성찬으로 분한 신하균은 매력적이다. 광기 어린 눈빛, 분노로 꿈틀거리는 주름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권위적인 상류층을 연기했을 때(SBS ‘풍문으로 들었소’)조차 유쾌한 기운을 풍겼던 유준상은 국민에게 ‘신뢰’의 아이콘으로 손꼽히지만, 사실은 시청률에만 급급한 국민 앵커를 연기하며 오랜만에 웃음기를 뺐다.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협상 장면을 난도질해 여기저기 붙여넣으면서 어물쩍 넘어가려는 꼼수는 드라마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숙제다. 매주 월, 화요일 tvN에서 오후 11시에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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