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북한에 들른 제3국 선박에 대해서도 해운 제재를 가하는 독자 대북제재안을 발표한 우리 정부가 남·북·러 협력사업으로 추진해온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중단을 러시아에 사전 통보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초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파리에서 만나 나진-하산 프로젝트 추진을 재확인한 지 석 달여 만에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다. 이로 인한 양국 간 합의 파기 논란도 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까지 얽히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재활성화를 모색하는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게다가 이번 독자 대북 제재안으로 인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연계해 추진하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정부는 그동안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우리 민간기업 컨소시엄에 대해 방북 허가나 러시아산 석탄을 실은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허가 등의 지원을 해왔는데 대북제재에 따라 이런 지원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점을 러시아 측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측에 대해서는 이번 조치가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서 불가피하게 취해진 것이라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의 설명에 대해 러시아 측은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적·전략적 차원에서 나진·하신프로젝트에 적잖은 공을 들여왔다.
러시아는 ‘몽니’ 논란에도 불구하고,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안보리 결의 2270호에서 북한산이 아닌 제3국산(러시아산) 석탄의 북한 나진항을 통한 수출을 예외로 인정받았다. 더구나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채택 전후로 러시아 정부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공식 확인까지 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나진-하산프로젝트에 대해 “한국과 러시아 기업 간에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 추진되는 민간사업이란 게 기본(통일부 7일 브리핑)”이라며 한발 빼는 듯하다 결국 하루 만에 중단 통보를 해온 것이어서 러시아로선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지난 2013년 박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합의했고, 그 직후 포스코·코레일·현대상선이 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3차례 시범운송까지 진행했다.
우리 정부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한국과 러시아 기업 간에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 추진되는 민간사업(통일부 7일 브리핑)”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개성공단과 달리 시범 단계에 불과한 만큼 사업 중단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비핵화의 진전 여하에 따라 나진-하산 사업 재개를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덧붙였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나진-하산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굳히고 이미 새로운 사업 파트너를 물색하는 등 중국 등으로 거래선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리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이익만 놓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아울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6자회담 당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오히려 한중·한러관계가 악화일로로 가고 있어 박근혜정부가 ‘고립외교’라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대북 독자제재 조치와는 별개로 충실히 이행되며 러시아 측과 그런 방향으로 적극 협의할 것"이라며 "한러 정상 간에 상당히 신뢰가 구축돼 있고, 우리가 관계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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