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안 알렸다고 보험금 지급 안 하는 손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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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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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직장인 안기현(가명·31)씨는 지난해 말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뒤 가입된 A보험사에 보험금 500만원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안씨가 보험금을 청구했을 당시 A사는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향후 안씨가 손해사정인에게 들은 얘기는 뜻밖이었다.

보험 가입 전 감기로 몇 차례 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계약을 위반했다는 것. 안씨는 한 순간에 보험사기범으로 몰려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 피해까지 입었다.

그는 “병에 일부러 걸리는 것도 아닌데 몇 백만원으로 사람을 보험 사기범으로 몰아가는 보험사의 행태가 황당했다”며 "현재 금감원에 중재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보험사기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이 같은 보험 분쟁사례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처벌 수위를 강화해 보험사기를 뿌리 뽑자는 순기능과는 별개로, 보험 관련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일반 시민들에게 특별법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보험사기특별볍이 보험가입자보다 보험사의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한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특별법의 일부 조항이 보험사에만 관대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이 문제삼는 것은 △보험사가 보험사고 조사를 이유로 부당하게 보험금 지급을 늦추거나 거절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조항과 △보험사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계약자에게 손해배상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것 △금융회사가 보험사기 방지 전담기구를 별도로 조직하는 것 등이다. 보험금액 크기에 따라 다수의 소비자를 사기범으로 몰아갈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험사와 보험가입자의 사기행위에 대한 처벌을 같은 비중으로 다뤄야 하는데 특별법은 보험사의 불합리한 행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게 적용됐다"며 "보험사 뿐 아니라 가입자가 받은 피해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우려는 보험업계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 사람들은 병원, 보험계열사 등을 두고 있는 대기업에 비해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불리한 입장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법안은 보험사의 책임, 벌금, 규정 위반에 관대하게 설정돼 일부 보험사에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영업 일선에선 보험사 직원이 보험금 지급을 최대한 늦출수록 능력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B사 직원은 “현장에선 기업의 하청을 받은 손해사정사들이 보험금을 깎을수록 인센티브, 수당 등을 별도로 받는 제도도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5년 금융민원 및 상담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손해보험사 9개의 민원건수는 2만8685건으로 전년동기대비 14.4%늘었다. 금감원은 민원의 대부분은 '보험금 산정과 지급'에 관련된 것으로, 보험회사의 지급관련 심사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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