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불안하게 출발한 한국경제는 중국경제 둔화, 북한 도발, 저유가 등 대외변수에 시달리며 부진하게 출발했다. 올해 1분기 경제는 정부가 지난해 예상했던 경제전망보다 더 암울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1분기 경기부양책에서 개별소비세 재인하를 결정한 것도 경기가 예상보다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종 지표는 곤두박질하는 상황인데 청와대와 정부만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연신 박근혜 정부의 경제성과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19대 국회에서 경제법안 통과는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정부가 어떤 대안을 들고 경기회복에 집중할지 벌써부터 주목되는 부분이다.
◆동 떨어진 지표 ‘청년실업률·체감물가’…정부 기준이 없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내수와 일자리에 방점을 찍었다. 두 분야에서 경기회복의 키를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출발은 좋았다. 고용률 70% 로드맵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65.7%라는 고용률을 달성하며 정부 정책이 성공했다는 자평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2%로 1999년 통계기준 변경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양날의 칼’로 돌아섰다. 청년층이 일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자 가계소득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뒷걸음질 쳤다.
고용률이 상승했는데 청년층은 여전히 일자리가 없는 것은 정부의 고용정책이 제대로 현실에 반영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경기부양에서 어떤 부분이 우선순위에 올라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괴리감이 지속될 경우 시장의 혼란이 가중돼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나라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사상 최저치인 0.7%를 했다. 반면 실제 체감지수인 근원물가지수는 최근 5년간 전년동월대비 2% 내외 상승률을 나타내며 소비자물가지수와 다른 추이를 보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격차가 벌어지는 두 지표는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우리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지속할 경우 총체적인 수요 감소와 투자부진으로 이어져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요 경제지표 추락에도 핑크빛 전망…총선 의식 지적도
앞으로의 경기 진단에 대한 정부 입장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생산, 소비, 투자 등의 경제지표가 추락한 데다 수출 역시 1월보다 감소세가 소폭 줄긴 했지만 10%대의 마이너스를 기록했음에도 ‘긍정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9일 발간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생산이 부진한 가운데 개소세 인하 종료 등 일시적 요인으로 내수도 조정 받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지표의 악화로 지표가 떨어졌어도 일시적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 평가다. 문제는 앞으로의 경기 동향에 대한 전망이다.
기재부는 “중국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저유가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나 수출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며 승용차 개소세 인하 연장 등이 내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핑크빛 전망을 내놨다.
기재부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도 최대한 긍정적인 진단을 내린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경제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라며 "앞으로 자동차 개소세 인하 연장, 재정 조기집행 등 정책효과가 본격화되면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진단들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경기진단과는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KDI는 "최근 주요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던 지난달 평가보다 한층 어두운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오는 4월 있을 총선을 의식해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갑자기 긍정적으로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학계 관계자는 “대통령과 정부가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총선에서 유리할 뿐만 아니라 야당의 경제 관련 공세에도 대응할 수 있다”며 “정치적인 요소를 대입해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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