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국제금융시장 진정…불안요인 해소는 아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3-10 12:5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소재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국제 금융 시장이 많이 진정됐지만 불안 요인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언급하며 국내외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대내적으로 많은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며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경제 심리가 약화되면서 하방 리스크가 증대됐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유가가 상당 폭 반등했고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나타내는 등 글로벌 경기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금통위에서는 하성근 위원이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달에 비해 경기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나?
-기본적으로 지난달과 큰 차이가 없다. 우리 경제가 대내적으로 많은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경제 심리가 약화되면서 하방 리스크가 증대되긴 했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유가가 상당 폭 반등했고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것들은 글로벌 경기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수출 여건도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제 금융 시장의 불안이 많이 진정됐지만 불안 요인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것도 지켜보겠다.

◆금통위원 및 부총재보 인선 주안점은?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 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타국에 비해 낮다는 의견에 대한 견해는?
-적정 금리 수준은 다양한 방법으로 추정할 수 있다. 추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르다. 그래서 통화정책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적정금리는 물가 등을 어떻게 보는지, 또는 모형이나 방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 결과로 현재 금리 수준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미국에서도 연준개혁법안을 두고 준칙금리에 따르도록 하는 게 논의됐지만 적절치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컨센서스다.

◆기준금리가 실물경기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는 기존 견해를 유지하는가?
-현재 기준금리 1.5%는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본다. 물론 더 완화적일 수도 있지만 현재 금리수준이 완화적이라는 데는 일관적이다. 타국에서도 금리를 낮추면서 "더 완화적으로 간다"는 얘기가 있다.

◆지금보다 더 완화적일 수 있다는 뜻인가?
-타국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인용했는데 그것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한은이 국제 금융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은 타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보고 나온 얘기인 것 같다. 그러나 타국은 국내 사정과 다르다. 타국은 디플레이션 우려에 휩싸여 있고 경기가 거의 침체수준이기 때문에 기축통화 지위를 위해 이 같은 조치를 하고 있다. 타국 중앙은행의 조치와 비교·판단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타국 중앙은행의 결정이 국내 경제나 금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변화를 지켜보면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참고할 생각이다.

◆한은이 성장과 금융안정 중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요인은?
-모두 중요하다. 어느 한쪽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 금융안정은 성장과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같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균형 있게 고려하고 있다.

◆자본유출 우려는 일단락됐다는 판단인가?
-올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흐름을 보면 2월 중순까지는 자금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후에는 흐름이 유입 쪽으로 전환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지연 기대가 있고, 유가가 반등하는 모습 보이는 등 주요국들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책 대응하는 움직임 보여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 성향이 완화된 데 힘입었다. 또 외국 중앙은행이 국내 채권시장에 자금을 투자했는데 우리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지만 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글로벌 유동성이 많이 공급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실물경제 등의 변화로 이 같은 흐름이 다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월 내수 동향은?
-2월 중 내수 동향을 일부 속보와 모니터링 통해 파악하고 있다. 분석 결과 소비나 설비투자가 2월 중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부진의 정도는 1월보다 다소 완화돼 있다. 내수 흐름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3월 지표를 보면서 4월 전망에 반영할 생각이다.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중 어떤 것이 성장세 회복에 더 효과적인가?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는 경로와 시차를 두고 파악된다. 효과의 판단 시계를 어디까지로 두는지, 지출의 성격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규모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얼마 전 G20 회의에서 이 같은 논의가 있었다. 성장세 회복을 위해서는 재정통화정책과 이를 통한 구조조정 등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발언이나 코뮈니케에 잘 나와 있다.

◆향후 경제전망에 상·하방 리스크 중 어떤 것이 더 큰가?
-우리 경제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경기 흐름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상·하방 리스크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봐야한다. 현재 4월 전망을 단언할 수 없지만 1월 실물지표나 최근 모니터링 지표를 보면 실적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상당 폭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지속하고 있는 점, 국제 금융시장 불안정이 진정된 점 등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자본 유출입 우려도 영향을 미쳤나?
-금리 결정 시에는 거시경제, 실물 흐름, 금융안정, 외국인 자금 흐름이나 가계부채 등 실물과 금융 리스크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 자본 유출입도 하나의 고려요소다.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예년에 비해 큰데 이에 대한 판단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국제금융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하고 그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움직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어찌 보면 환율이 시장의 수급원리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변동성이 있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돼 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1월 금통위 의사록에는 향후 기준금리 조정이 자산 및 환율 경로를 통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 경로는 자산 가격이나 환율 외에 금융·신용경로 등이 대표적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년여 사이에 1%포인트 내린 후의 결과를 보면 금리경로, 신용경로에는 분명 작동하고 있다. 예대금리나 시장금리가 인하됐고 차입수요도 늘어났다. 반면 자산 가격이나 환율 경로는 확실치가 않다. 특히 환율 경로는 금리 이외에 다른 요인들이 많은 영향 미치기 때문에 효과를 정확히 추적하기 어렵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효과도 상당히 불확실하다.

◆국내 경기 상황 판단은?
-지난달에는 내수 개선세가 주춤했는데 1월 중 모니터링 지표로 판단했다. 연초들어서는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지난해 말로 종료되면서 일시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했다. 이를 반영해 이 같이 표현했다. 1월 지표가 나온 뒤 2월 속보치를 보면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개선세가 약화됐다고 표현했다. 그렇지만 부진 추세가 1월보다는 2월 중에 조금 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 중 선제적 대응에 대한 내용이 있다. 소비심리지수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 선제적 대응에 따른 효과는 무엇인가?
-경제심리가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경기가 부진한 데다 국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 불안정성이 많이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금리 정책에는 추구하는 바와 기대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실물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의도로 금리를 조성한다. 지금처럼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금리정책에도 타이밍이 필요하다.

◆수출 부진으로 계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는 글로벌 수요가 부진하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수출이 감소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세계 전체 교역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수출 부진 주된 원인은 수요 부분에 있다. 긴 호흡으로 내다봐야 한다.

◆해외 중앙은행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 등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 도입했다. 자금 유입에 따른 자국 통화절상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지난 1월 말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마이너스 금리 도입의 효과는 조금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통화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겠다.

◆현재 가계부채 수준이 향후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은?
-가계부채가 높은 수준까지 올랐고 그 수준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 대출 심사 시 소득 및 상환 능력을 중시하는 조치를 시행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겠다. 가계부채를 중요한 과제로 보고 대처해야 한다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