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대국] 인공지능, 새로운 세상 도래 알리다…알파고, 이세돌 9단에 또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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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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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대국에서 이세돌 9단 또 제압…5전 전승으로 가나

10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2국에서 이세돌(오른쪽) 9단이 돌을 놓고 있다. [사진=구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인공지능' 알파고가 제1국 불계승에 이어 또 한 번 이세돌(33) 9단에게 승리를 거뒀다. 

알파고는 10일 서울 종로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211수만에 이 9단에게 흑 불계승을 거뒀다. 

전날과 달리 이 9단은 이날 백을 잡았다. 알파고는 대국 시작 5초만에 우상귀 소목으로, 이세돌은 화점을 놓아 소목 포석을 펼쳤던 전날과 다른 포석을 꺼내들었다. 알파고는 특히 3수째 1분30여초 '고민'을 하다 좌상귀 소목에 착점해 대국장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제1대국에서 양 화점 포석을 펼쳐 이 9단을 제압했던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과의 대국에서도 5판 모두 화점 포석을 펼친 바 있다. 

양 화점 포석은 현대 바둑에서 가장 유행하는 포석으로 실리와 세력의 균형을 맞추는 전법인데 반해, 소목 포석은 실리 추구에 초점을 맞춘 작전이다.

이 9단과 해설진을 더욱 놀라게 한 수는 13수째였다. 알파고는 우하귀에서 정석을 늘어놓다 갑자기 상변에 중국식 포석을 펼쳤다. 바둑 해설가 김성룡 9단은 "인간 바둑에서는 처음 보는 수"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9단도 당황한 듯 5분 가까이 장고를 하다 좌변을 갈라쳤다. 초반에 여유있게 대국을 시작했던 이 9단의 표정은 금세 굳어졌고, 착점을 못하고 시간을 지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국이 중반으로 접어들며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이 9단은 알파고의 계속된 변칙 수에 휘말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며 좌우변에 백집을 불려 근소한 우세를 점했다. 경기를 지켜본 유창혁 9단이 “이창호가 전성기 때 ‘너무 참는다’는 말을 들었다. 이세돌은 원래 이창호와 정반대인데 오늘은 이창호처럼 두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섣불리 승패를 예측할 수는 없었다. 알파고는 제1국에서 중후반 몇 차례 실수를 저지르고도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면서 186수만에 불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른바 '계산된 실수' 작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만했다. 

후반부에 다다르며 이 9단은 알파고에게 초읽기에 몰리며 패색이 드리워졌다. 이번 대결에서 초읽기는 양쪽 모두 1분씩, 세 차례 가질 수 있다. 초읽기가 1회 남은 상황에서 1분 이내에 수를 놓지 못하면 시간패로 처리된다. 이 9단은 공세를 지속하던 알파고가 중앙 백 대마를 공격하자 갑자기 흔들리며 형세가 기울었다. 끝내기에 돌입했을 때는 반집 또는 한집 싸움이 끝까지 이어질 정도로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몰리며 장고를 거듭했다. 이 9단은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결국 돌을 던지고 말았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사장은 대국 종료 후 자신의 트위터에 "알파고가 2번째 대결에서 이겼다. 2대0 결과를 이끌어냈다. 우리에게 믿기 힘든 결과다. 알파고는 이번 게임에서 아름답고 창의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무표정하게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한 이 9단은 "내용상 정말 완패였다. 내가 앞섰다는 생각이 한 번도 들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알파고한테서) 특별히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어제는 이상한 점이 있지 않나 했는데, 오늘은 알파고가 완벽한 대국을 펼쳤다"고 패배를 받아들였다. 

이 9단이 '세기의 대결'에서 승자가 되려면 이제 남은 대국 세 판을 다 이겨야 한다.  1·2국에서 창의적인 정공법과 끝없는 변칙 작전 활용에 '맛을 들인' 알파고를 이 9단이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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