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추가 완화 가능성을 언급해왔던 만큼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프로그램 확대 규모가 얼마나 될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 "금리 -0.10%↓, 채권 매입 규모 100억 유로↑" 전망 우세
일단 기준금리가 소폭 하향 조정되고 채권 매입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온다. 문제는 '얼마나'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등 상당수 전문가들은 기준금리를 현행 -0.3%에서 0.1%포인트 떨어진 -0.4%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 인하 폭이 0.1%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두 번에 걸쳐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3월 0.2%포인트 인하에 이어 5월에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ABN암로은행도 3월 0.2%포인트에 이어 6월 중에 0.2%포인트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3월 한 차례만 0.2%포인트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나오고 있다.
채권 매입 규모는 현행 매월 600억 유로에서 200억~300억 유로 추가되고, 매입 기간도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CB가 현재 정해 놓은 매입 기한은 2017년 3월까지다. ECB가 지난해 초부터 매입하고 있는 자산 규모는 오는 9월까지 1조 100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예상을 뒤엎는 변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HSBC은행과 RBC 캐피털 등은 매입 규모와 기간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ECB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 매입 채권에 '회사채' 포함될지 여부도 관심
시장에서는 ECB가 매입 자산의 범위를 회사채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예상도 일부 나온다.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의 시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매입할 수 있는 채권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매입하고 있는 채권에는 국채를 포함해 커버드본드와 자산유동화증권(ABS), 유럽 기관채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회사채 매입 결정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국채보다 회사채는 위험도가 크다는 점에서 디폴트가 날 경우 손실이 유럽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CB가 매입 규정을 수정할 수도 있지만, 이는 법적 문제나 ECB 내 이견 등으로 한계가 있다.
ECB는 유로존 회원국의 ECB 납입 자본비율에 따라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다만 현행 금리를 밑도는 채권은 사들이지 못한다. 개별국가의 채권의 경우 33% 이상 매입할 수 없는 제한 사항도 있다. 이에 따라 매입 채권에 회사채까지 포함되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역내 시중 은행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드라기 총재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개인이나 기업보다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예금에 대해 적용하는 것으로, 시중은행의 적극적인 대출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마이너스 금리를 일반 고객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시중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FT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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