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충격적인 2연패를 당했다.
10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는 바둑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두 번째 대국이 열렸다.
흑돌을 쥔 알파고는 화점으로 수를 시작했다. 화점은 인간이 사용하는 수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유효 착점으로, 알파고 시스템 자체가 첫 수는 무조건 화점을 두게 세팅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돌과 프로기사들을 더욱 놀라게 한 수는 13수 째다. 알파고는 우하귀에서 정석을 늘어놓다 갑자기 손을 빼고 상변에 ‘중국식 포석’을 펼쳤다. 경기 중계를 맡은 김성룡 9단과 이희성 9단 역시 온갖 추측을 쏟아내며 난감해했다.
이희성 9단은 “만약 알파고가 어제 지금 같은 수를 뒀다면 웃음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알파고의 실력을 봤기 때문에 어떤 의도가 있을 것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의외의 수를 당한 이세돌 9단이 10분 정도 고민하다 중앙으로 밀어 올리자 알파고는 한 수만 받은 뒤 이번에는 좌하귀로 방향을 틀었다.
좌하귀에는 알파고가 먼저 전투를 걸었지만, 이세돌이 하변을 타개하면서 좌변에도 집을 만들어 미세하게나마 앞선 채 중반으로 돌입했다.
이세돌 9단은 팽팽하게 대국을 이어가던 중 1분 15초를 남기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통하지 않았고, 마지막 1분 초읽기까지 몰리는 수세 끝에 돌을 던지고 말았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의 수는 읽을 수가 없다. 뭔가 지금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패턴의 바둑이다”라며 “이세돌 9단이 오늘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대국을 평했다.
이희성 9단, 김성룡 9단과 함께 대국을 중계한 최유진 캐스터 역시 “알파고가 호흡에서 시간을 끌다보니 이세돌 9단의 호흡이 무너질 것 같다”며 “일반적인 선수들은 이세돌 9단이 앞에 있을 때 압박감이 있는데 알파고의 경우는 그런 부분이 없어 예측할 수 없다”고 느낀점을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