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내부 분열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김무성 대표의 경선일정 발표 보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 위원장의 독선적 기구운영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공관위 부위원장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공관위원)은, 공관위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문제는 선거가 한 달 가량 남은 상황에서 갈등이 빚어지면서, 자칫 향후 공천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 이한구 "김무성, 다른 최고위원들과 경선 함께 발표…정두언·김용태와 연계 안 해"
발단은 10일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2차 경선지역 발표에서 당초 합의됐던 김무성 대표 지역구(부산 영도구)를 제외하고 발표한 데서 시작됐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번에 가상 찌라시(공천 살생부) 사건이 아직 진실이 아직 안 밝혀진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만 경선에 참여하게 만들면 (사건에 연루된) 정두언·김용태 의원의 경우도 자칫 불공평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일단 발표는 보류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 세 의원은 연계해서 함께 발표하겠다고도 밝혔다.
앞서 공관위 회의에선 김 대표를 단수추천으로 결정하려 했으나, 김 대표가 경선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경선지역으로 분류해 후보자 선정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날 새벽, 이 같은 판단에서 황 사무총장에게 발표 보류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발표 보류를 두고 '비박계 솎아내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등 뒷말이 무성하자, 이 위원장은 오후에 또 다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김 대표는 최고위원의 한 멤버이기 때문에 (경선일정의 경우) 다른 최고위원들을 결정할 때 최종적으로 같이 결정하겠다"면서 "정두언·김용태 의원 연계 부분은 많은 반대가 있기 때문에, 일단 현 단계에서는 연계시킬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사무총장과 홍 부총장을 가리켜 "내가 좀 기다려보겠지만, 제대로 좀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이들이 합의하면 현재 심의가 마무리된 60여 곳 지역구의 경선 및 단수추천지역을 11일 오전 중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이 위원장은 이들을 언급하며 "본인들 불만이라기보단 김 대표의 불만이 있는 것 같다"면서 "여러가지 주문이 있다"고 전했다. 또 "사실 그 동안 김 대표와 저의 관계에서 마찰이 많이 있었던 것도, 기존에 정해놨던 방침을 나는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 때문에 많이 틀어진 게 있다, 대표적인 게 100% 국민여론조사다"라며 "그런 것도 해결됐도 이젠 크게 마찰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협력해서 빨리 야당을 누르고 우리가 선거에 이기도록 힘써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지역에 대한 경선후보 결정이 늦어지는 데 대해선 "당의 강세지역인 경우 당이 추구하는 방향의 인재가 좀더 많이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며 "그 사람이 당의 이념을 구현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 황진하·홍문표 "이한구 독선적 회의 운영에 공관위 활동 중단"
하지만 이 위원장의 오후 기자회견이 종료된 지 5분만에, 황 사무총장과 홍 부총장이 같은 자리에서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반박했다.
황 사무총장은 "위원장의 독선적인 회의운영체계가 최고위원들의 결정까지도 묵살하는 행태가 있어, 이런 사태가 계속되어선 안 된다고 봐서 공관위 활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이 위원장에게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 경선 일정을 포함한 2차 경선지역 정정 발표와 공관위 운영체계 시정 약속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그는 이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위원장의 사퇴도 요구하겠느냐는 질문에 "(사태가) 계속되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 발표 보류와 관련해,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위원장의 보류 방침에 반대하는 뜻을 전달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 위원장이 오전 기자회견을 할 당시, 중간에 당직자를 통해 최고위 뜻을 담은 메모가 전달됐지만 이 위원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이 오후 기자회견에서 대구 지역 등 당 강세지역에서 당의 이념에 맞는 인물을 공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도 황 사무총장은 "개인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홍 부총장은 "공천 후보를 만드는 이 공적 기구에 대변인도, 부위원장도 없다"면서 "(위원장이) 자기한테 맡겨달라고 해서 암묵적으로 믿고 해왔는데, 제일 먼저 발단이 됐던 것이 있지 않나. 회의가 진행됐던 내용을 우리가 언제 어디서 발표하는지 모르는데 혼자서 임의로 발표해 큰 문제가 터졌던 적이 있다"고 거들었다. 앞서 이 위원장은 공관위원들과 사전 논의 없이, 공관위 회의에서 우선추천지역을 지역마다 1~3곳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이 위원장은 유감표명과 앞으로 합의한 사항만 발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공관위 내부 분열이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당장 경선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양쪽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이 위원장이 예고했던 11일 3차 경선지역 발표는 보류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최대한 합의 후 발표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선거법상 공직후보자 등록일은 이달 24일부터 이틀간이다. 그 때까지 모든 경선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가뜩이나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당내 갈등은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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