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열전, 우리는 맞수-15]일본계 꼬리표 떼기···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 vs 후지사와 노부요시 J트러스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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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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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국내 제2금융권과 대부업을 거론할 때 '일본'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자금이 국내 대부업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펼친다는 측면에서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과 후지사와 노부요시 J트러스트 회장은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합법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일본계'라는 꼬리표 때문에 매도 당하는 부분도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 OK(Original Korean), 조국 향한 애정 펼치는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

최윤 회장은 1963년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최 회장의 조부가 1920년 무렵 일본으로 건너가 부친을 낳았고, 최 회장은 재일동포 3세로 자랐다. 어려서부터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경험했기 때문에 공무원이나 대기업 입사보다는 장사의 길을 택했다.

나고야에서 함바집(건설노무자 대상 식당)을 운영했던 모친의 영향으로 그는 대학 졸업 후 한국식 불고기를 일컫는 야끼니꾸 전문점 ‘신라관’을 오픈했다. 야끼니꾸는 일본인들은 잘 먹지 않는 소 내장을 재료로 한 음식으로 가난했던 재일동포들이 즐겨 찾던 메뉴였다. 

최 회장은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았다. 1996년 일본 나고야로 건너 온 ‘국보급 투수’ 선동렬을 후원하며 한국 선수들과 인맥을 형성했다. 한국 스포츠 선수들과의 인연은 선동렬의 소개로 ‘야생마’ 이상훈, 이종범 선수까지 이어졌다.

음식점 사업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지난 2000년 벤처캐피털에 투자했다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러던 중 IMF 사태 이후 한국의 소비자금융이 취약해진 점을 간파, 2002년 2월 대부업체 ‘원캐싱’을 설립했다. 이후 일본 소비금융업체인 아에루(AEL)의 부도로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등 7곳을 인수하고 하나의 회사로 재정립해 러시앤캐시를 출범시켰다.

대부업을 넘어 제2금융권 진출에도 성공했다. 지난 2014년 7월에는 예금보험공사가 관리 중이던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OK저축은행’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최 회장을 두고 언론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기자들과의 연말 송년회에서 ‘여권’을 지니고 다니면서 일일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국적을 공식적으로 인증할 수 있는 여권을 통해 ‘한국인’임을 보여주고 ‘일본계’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OK저축은행이라는 행명도 오리지널 코리안(Original Korean)에서 비롯됐을 정도로 ‘한국인 뿌리’ 대한 애착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회장이 600억원 상당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일본 법인의 그룹을 ‘한국 법인화’시키는 걸 보면 일본계 꼬리표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며 “작업이 마무리되면 ‘일본계’ 논란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전원 고용승계로 한국 사랑 보여준 후지사와 노부요시 J트러스트 회장

후지사와 노부요시(藤澤信義) J트러스트 회장은 1970년 일본 기후현에서 태어났다. 후지사와 회장의 이력은 누가 봐도 독특하다. 일본 최고 명문 도쿄대 의대를 졸업했지만 전공과는 전혀 관계 없는 금융회사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후지사와 회장은 의학에 흥미가 없어 휴학을 거듭해 9년 만에 졸업했다. 때문에 그는 일에 있어 '흥미'를 특히 강조한다. 흥미가 있어야 일에 대한 의지가 높아지고 생산성도 좋아진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후지사와 회장은 게임센터에서 근무하기도 했고, 부동산 담보대출 채권회사에 몸을 담기도 했다. 일에서 재미를 느끼다보니 월등히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이를 인정받아 3년 만에 CEO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그는 20여개 부실 대부업체를 인수·합병해 사세를 키웠고, 2009년에는 J트러스트의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지난 1977년 오사카에서 출범한 
J트러스트는 그가 대표로 취임한 이후 채권매입과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했고, 한국에서는 2012년부터 저축은행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3월말 기준 총자산 5000억엔을 뛰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후지사와 회장은 한국 진출 당시 대부업으로 시작해 저축은행까지 사업을 확대하면서 ‘일본계’라는 이유로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적극적인 구애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던 부실 저축은행(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한국 직원을 100% 승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J트러스트 광고 모델로 선정됐던 고소영 씨가 여론에 밀려 계약을 포기한 사건과 프로야구 히어로즈 팀의 메인 스폰서 불발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눈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매몰차게 외면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J트러스트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일본계’라는 이유로 눈총을 받는 것에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
▲1963년 일본 나고야 ▲나고야대 경제학과 졸업 ▲한식당 ‘신라관’ 개점 ▲원캐싱 설립 및 대표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 ▲고려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배구단 구단주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 겸 OK저축은행 대표이사

<후지사와 노부요시 J트러스트 회장>
▲1970년 일본 기후현 ▲일본 동경대 의대 졸업 ▲잇코상사 최대 주주 ▲친애저축은행(구 미래저축은행) 인수 ▲J트러스트 아시아(싱가폴) 설립 ▲인도네시아 시중은행 (현 J트러스트 은행) 편입 ▲한국 JT캐피탈 및 JT저축은행(구 SC 캐피탈 및 SC저축은행) 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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