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은행, 증권 등 33개 국내 금융사가 14일 일제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ISA는 가입자가 예·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여러 금융상품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이다. 1년 최대 2000만원까지 5년간 1억원까지 납입 가능하다. 소득에 따라 이자수익 200만~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초과분에 대해서는 기존 15.4%보다 낮은 9.9%의 세율로 분리과세된다. <관련기사 3·10면>
정부는 이러한 절세 혜택을 앞세워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금융권 안팎에서는 IS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비과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 비과세 혜택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ISA가 기존 시중은행의 예·적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ISA에는 예·적금뿐만 아니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등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군도 포함된다. 따라서 원금을 까먹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품이다.
수년 간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 기조로 대다수 금융상품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익이 나지 않아도 은행, 증권사에 운용 수수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손해만 볼 공산이 크다. 즉 은행들의 주머니만 불리는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의무 가입 기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소득에 따라 상품에 3~5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기간 내에 중도해지할 경우 과세되지 않았던 세금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국민들의 재산 형성을 돕는다는 취지로 출시된 재형저축(재산형성저축)도 40%에 육박하는 가입자가 중도해지한 바 있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은행들은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고객 유치 등 외형적 실적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은행은 사전 예약 실적을 갖고 지점과 개인을 평가해 이미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 향후 은행들의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여 불완전판매 논란이 더욱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은행에게 일임형 ISA 판매를 불허했다가 출시를 한 달 앞두고 허용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정책도 우려를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가입하기 전에 수수료와 모델 포트폴리오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ISA는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이 한 통장에 구성되는 데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금융사는 위험 상품에 더 가입시킬 것"이라며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크고, 시행 초기 단계에서 피해자들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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