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새로운 통화 정책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금리 인하나 채권 매입 규모 확대 등은 이미 예견돼 왔던 만큼 충격이 덜했으나 경기 부양책 중에 '회사채' 매입이 포함된 것을 두고 찬반 입장이 갈리고 있다.
ECB는 10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05%에서 0.00%로 낮춰 사상 첫 제로 기준금리를 도입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할 때 적용하는 예금금리는 -0.30%에서 -0.40%로 인하하고, 중앙은행이 대출할 때 적용하는 한계대출금리를 0.30%에서 0.25%로 조정했다.
국채 매입 등을 통한 양적완화 규모는 기존 월간 600억 유로에서 200억 유로 늘어난 800억 유로로 결정했다. 특히 시장 예상대로 투자등급의 비(非)금융 회사채가 매입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ECB가 매입하고 있는 채권으로는 국채를 포함해 커버드본드와 자산유동화증권(ABS), 유럽 기관채 등이 있다.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의 시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매입할 수 있는 채권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사채를 사면 유로존 경제의 자금 조달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릴 때 비용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회사채 매입 결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채보다 위험도가 큰 만큼 디폴트가 될 경우 손실이 유럽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CB가 매입 관련 규정을 수정할 수도 있지만, 이는 법적 문제나 ECB 내 이견 등으로 한계가 있다.
또 중소기업만큼 값싼 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대기업들만 대상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증권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씨티그룹은 ECB가 살 수 있는 회사채가 5000억 유로 규모라고 추산했다. JP모건은 ECB가 채권과 주식 시장을 교란하지 않고 매입 가능한 회사채가 매월 120억 유로 정도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4년 만기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을 올해 6월부터 4차례에 걸쳐 실행하기로 했다. TLTRO는 기업과 가계 대출에 사용한다는 조건 아래 ECB가 시중은행에 4년 만기로 자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4년 9월 첫 입찰이 이뤄진 이 프로그램은 당초 6월 종료될 예정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과거 TLTRO는 ECB의 기대보다 효과가 훨씬 떨어졌으며 기업이나 가구가 경제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대출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들이 이 자금으로 대출을 확대하는 대신 금융시장에 투자하면 자산가격은 올라가더라도 경제 성장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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