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시장 ‘첩첩산중’…자산버블·미분양·신용위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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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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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삐풀린 중국 대도시 집값 '경고음'…규제 목소리 높아

  • 중소도시, 미분양 해소 '골머리'

  • 183조원 비제도권 자금 유입…'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설'까지

  • '버블붕괴'로 주택거래 급감…홍콩 전철 밟나

[자료=중국지수연구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1. 베이징 시내의 한 72가구짜리 신규 아파트. 이달 초 분양을 시작한 지 단 2시간 만에 물량이 동이 났다. 선전의 한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1월 한달 사이 80% 넘게 뛰었다.

#2. 3000만㎡가 넘는 미분양 물량으로 골머리를 썩는 랴오닝성 선양시. 최근 대학 졸업 5년 미만의 사회초년생들이 계약금 없이 100%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살 수 있도록 했다가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중단했다.

#3. 10억 위안 짜리 집을 사려는 왕 씨. 수중에 돈은 없지만 우선 부동산 중개소에서 대주는 고금리 민간신용 대출로 2억 위안을 꿔서 집값의 20%를 계약금으로 내고 집을 샀다. 나머지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면 된다. 결국 왕 씨는 무일푼으로 10억 위안짜리 집을 산 셈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산 넘어 산’이다.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부양책을 내놓았더니 대도시 중심으로 투기가 과열되면서 자산버블 붕괴 우려가 증폭됐다. 반면 중소도시에선 여전히 집이 안 팔려 고민이다. 일각선 '중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설'까지 흘러나온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는 부동산 문제는 최대 화두였다. 양회가 끝나자마자 각종 부동산 대책도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대도시 '묻지마 투자' 만연

중국 부동산 광풍의 시작은 선전이다. 고삐가 풀린 선전시 집값은 지난 한해 50% 이상 뛰며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선전시 평균 집값은 현재 ㎡당 5만 위안(약 930만원)에 육박한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월 선전과 상하이 분양주택 가격이 전월보다 4.1%, 2.6% 상승한 것을 비롯해 베이징, 광저우에서도 주택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갑작스럽게 달아오른 배경은 정부가 잇달아 금리·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시장에 돈을 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실물경제는 침체돼있고 주식시장도 불안하자 시중의 돈이 투자 가치가 있는 1선 부동산 시장으로 쏠렸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정부가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주택대출 계약금 비율을 최저 20%까지 낮추고 부동산 취득세와 영업세를 인하한 것도 주택 구매를 부추겼다.

워낙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1선 도시 주택 매수자의 30% 이상이 투기 목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동산 개발상이나 중개업자들이 허위로 호가를 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집값이 뛰자 너도나도 빚을 내서 집을 사기 시작했다. 올해 1월 중국 시중은행 대출금액은 2조5000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조 위안 늘었다. 이중 가계 대출의 75%가 주택담보대출이라는 통계도 있다.

일부 부동산중개소에서는 아예 주택 구매자들이 계약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비제도권 자금까지 끌어다 대주며 부동산 신용 거품 위기도 커졌다. 현재 1, 2선 도시의 주택시장에 들어온 비제도권 자금 규모는 1조 위안(약 18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현재 당국은 부동산 계약금 대출 실태에 대한 조사에 일제히 착수한 상태다.

이셴룽(易憲容)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연구원은 "1선 도시의 주택시장과 작년 상반기 주식시장이 고위험 투자가들이 몰려드는 등 거품 상황이 유사하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중국이 일본의 1990년대 초반 부동산 거품 붕괴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중소도시, 넘쳐나는 미분양 골머리
 

[급증하는 중국 미분양주택[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반면 중소도시는 집이 안팔려서 문제다. 중소도시엔 장기간 부동산 침체로 인해 쌓인 미분양 물량이 넘쳐난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분양 주택면적은 7억1853만㎡달했다. 이는 공식적인 집계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앞서 베이징사범대 금융연구센터 중웨이(鐘偉) 주임은 미분양 물량이 50억 ㎡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더군다나 미분양이 몰려 있는 곳은 대부분 3,4선 중소도시들이다. 넘쳐나는 주택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주택 구매장려책을 내놓았지만 수혜는 온통 1선 도시들이 누리고 있다.

각 지방정부에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좀처럼 부동산 열기는 타오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주택 구매자에게 현금 보조금을 대주고 계약금 제로와 같은 ‘무리수’까지 내놓았다. 선양시에서 최근 논란이 된 '제로 계약금'이 대표적이다. 중국 저명한 경제학자 마광위안(馬光遠)은 이를 '중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라고 칭하며 집값 하락시 대규모 부실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값 양회’…부동산대책 마련중

급기야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부동산 시장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황치판(黃奇帆) 충칭시 시장은 양회에서 “부동산 시장의 높은 레버리지를 방치한다면 엄청난 금융재난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바로 제로 계약금에 있었다”며 “이로 인해 집값이 30~50% 폭등한다면 그 후유증은 주가지수 5000을 찍은 뒤 나온 증시 폭락과 똑같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한정(韓正) 상하이시 당서기도 “상하이 주택시장 과열은 불법 대출 등 법률과 규정 위반이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마싱루이(馬興瑞) 선전시 당서기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집값을 잡기 위해 아예 바다를 메워 토지를 공급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마 서기에 따르면 선전은 55㎢의 바다를 매립하고 50㎢가량의 토지를 정비할 계획이다.

▲ ‘버블붕괴' 홍콩 전철 밟나…
 

홍콩 주택거래 급감[자료=홍콩토지등록사무소]

자산 버블 문제를 야기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이는 중국 1선 도시 부동산 시장이 홍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때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도시로 손꼽혔던 홍콩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를 낳고 있다.

홍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홍콩 주택판매량은 1807채를 기록해 작년 같은 달 6027채에서 약 70% 급감했다. 올해 1월 2045채 대비로도 10% 이상 감소했다.

부동산 가격도 지난해 9월 고점 대비 현재 10% 하락한 상태다. 홍콩 공시지가발표국이 내놓은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작년 9월 306.1로 정점을 찍은 후 올 1월 278.7을 기록했다.

홍콩의 집값은 2003년에서 지난해 9월 정점에 이르기까지 370% 급등해 전 세계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각국에서 풀린 유동성이 홍콩, 싱가포르, 런던 등지로 몰려든 탓이다.

하지만 홍콩 당국이 부동산 시장 과열양상을 바로잡기 위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데다가 중국 경기둔화, 금리 인상, 주식시장 폭락 등 악재가 몰리면서 홍콩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닥쳤다.

금융·부동산 시장 침체로 홍콩의 경제성장세도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연간 6~7%대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2.4%까지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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