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형 배터리인데다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휴대폰이 꺼지면 여러모로 문제가 생기기 십상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배터리를 아끼며 휴대폰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배터리가 10% 이하로 떨어지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회사로 복귀하던 중 서대문역사 승강장 앞에 있는 작은 매점에서 판매하는 휴대폰 충전 케이블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물건을 집어 들었다.
계산대 앞에서 현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카드 계산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카드 계산은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곧 주인장은 “필요하면 그냥 가져가시고 다음에 서대문역 오실 때 들러서 계산해 주세요”라고 웃으며 충전 케이블을 건넸다.
그 다음날 충전 케이블을 구매했던 매점에 들러 값을 지불하고 도대체 뭘 믿고 사람들에게 그냥 물건을 내주냐고 묻자 주인장은 “믿어야죠. 그리고 그만큼 다들 다시 돌아와 값을 지불해줘요”라고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그 주인장의 멋쩍은 웃음은 사람간의 가장 기초적인 관계인 ‘신뢰’에 대한 물음으로 다가왔다.
택배기사를 가장한 강도, 거짓 협박으로 돈을 갈취하는 보이스피싱, 결혼식 초대장으로 가장한 스미싱 등 불신을 조장하는 범죄가 늘어나면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가 돼버린 지 오래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며 불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일상화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정부까지 나서서 테러 방지라는 명목으로 모든 국민의 휴대폰, SNS 등 소통 기록을 감시하고 의심하는 오늘날, 서대문역 그 매점 주인장의 웃음을 떠올리며 사람간의 신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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