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또 너에게로
하염없이 갔다
자르다 놓친 신경줄이
밤새 자랐겠지 어디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잘라냈는데
아득한 그리움까지
지리한 사랑도 미움도
한 토막씩 잘라
늑골 아래 묻었는데
그리운 것들이
그리울 때마다
저린만큼 잘라
돌아올 수 없이 아득한 곳에
재로 뿌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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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아랫목이 좋아 마당에 황토방을 하나 지었다. 구들장을 덥히려니 통나무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몇 해 전 산판길을 내 주고 얻은 낙엽송이 있어 필요할 때 마다 기계톱으로 잘라 쓴다. 나무 향이 참 좋다. 통나무를 잘라 쪽마루 아래에 쌓아 놓으니 마음까지 넉넉해 진다. 부러울 것 없다. 통나무 몇 토막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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