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독일에서 치러진 일부 주의회 선거에서 반(反)난민 기조의 극우정당이 제3당 수준으로 올라섰다. 반면 난민 친화 정책을 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기독민주당(CDU)은 상대적으로 입지가 줄었다. 독일발 난민 정책에도 방향 전환이 있을지 주목된다.
BBC 등 외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극우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득표율 15.1%로 3위를 차지했다. 인구 1072만 명이 거주하는 바덴뷔르템베르크는 인구 규모에서 세 번째로 큰 곳이다. 이 지역은 그동안에는 CDU가 줄곧 1위를 차지해 메르켈의 '지지 표밭'으로 통했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은 라인란트팔츠 주(인구 401만 명)와 작센안할트 주(인구 224만 명·구동독)에서는 각각 득표율 12.6%와 24.2%로 3위와 2위에 올랐다. 3개 주의회 진입에 성공하면서 AfD는 독일 연방 16개 주 가운데 8개 주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반면 메르켈 총리가 이끌고 있는 CDU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다. 일단 지지층이 두터운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득표율 27%로 녹색당(30.3%)에 밀려 2위에 그쳤다. 라인란트팔츠 주에서도 지지율 31.8%로 역시 2위에 올랐다. 그나마 작센안할트에서는 가까스로 1위에 올랐지만 역대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올 초부터 불거진 반(反)난민 정서가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CDU는 포용적 난민 정책을 고수해왔다. 반면 AfD는 강경한 반(反)난민파다. 블룸버그가 13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프라우케 페트리 AfD 당수는 무슬림의 미국 진입을 막는 '도널드 트럼프'와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에 따라 당장 이번주에 예정돼 있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메르켈이 그간의 기조를 접고 방향 전환을 할지 주목된다. 일단은 주의회 선거 결과의 영향을 받아 조심스런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에 다수 1위를 차지한 녹색당이 친(親)메르켈 정당인 점, CDU의 난민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점 등에 미뤄 난민 정책 방향을 점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16개주로 구성돼 있는 독일 연방은 각 주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번에 선거가 치러진 3개주 인구는 독일 전체(8150만 명)의 5분의 1 정도 되는 1700만 여명으로, 연방 중앙정치에도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이 분석하고 있다.
AfD는 지난 2013년 출범할 때부터 불성실 국가 지원 등 반(反)유로 정책을 고수해왔다. 독일 연방의회에서는 의석 확보에 실패했지만 2014년 유럽연합(EU) 의회에는 진입할 수 있었다. 이후 지금까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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