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브라질 곳곳에서 정·재계 비리 수사를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지카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불안감이 번지고 있는데다 정권의 무능력함이 불안정한 미래를 부추긴다는 불만이 동시에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브라질의 전국 400여 개 도시에서 시민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에 따르면 상파울루에서만 50만 명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추산 참가자만 300만 명으로 1980년대 군부정권에 대항한 시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라는 평가다.
시위대는 일단 사법 당국의 정·재계 부패 수사와 반부패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위기를 외면하고 있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도 요구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세프 정부에 대한 분노는 집권 노동자당(PT)의 퇴진 요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번 시위를 계기로 연립정부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동자당과 함께 연립정권의 양대 축을 이루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은 전날 열린 전당대회에서 앞으로 30일간 연방 정부 각료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 이 기간에 브라질민주운동당 지도부는 호세프 정부의 지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반정부 시위의 배경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도 있다. 다타폴랴에 따르면 지난달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브라질의 미래를 낙관한다는 의견은 42%로 지난 2000년 3월(59%)에 비해 20%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견은 기존 18%에서 35%로 배 가까이 늘었다.
브라질 언론은 이번 시위가 지난 2013년과 같은 국민적 저항운동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3년 6월에 대중교통요금 인상에 반대하며 시작된 시위는 부패 척결과 공공 서비스 개선, 복지·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요구하는 국민운동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호세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추락하면서 심각한 정치적 위기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 대규모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어 민간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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