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최병오 “나는 언제 저런 건물 하나 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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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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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49)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창업자[사진=패션그룹 형지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 2015년 3월,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창업자는 제화브랜드 ‘에스콰이어’를 인수했다.

2012년 이후 패션그룹 형지가 단행한 기업 및 브랜드 라이선스 인수·합병(M&A)은 무려 9건. 이 중 에스콰이어 인수는 최 창업자에게 특별히 의미가 있다.

“동대문에서 장사하던 시절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잠실에서 성수동을 지날때 항상 보이는 제일 큰 건물이 에스콰이어 빌딩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언제 저런 건물 하나 짓나·····’ 하고 생각하며, 꿈을 키웠다. 에스콰이어를 인수하며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패션그룹 형지와 에스콰이어의 창립기념일은 9월21일로 똑같다. 에스콰이어 인수는 ‘운명’이었다.

최 창업자는 의류업계에서 승부사로 손꼽힌다. ‘크로커다일 레이디’라는 브랜드로 30~50대 여성 캐주얼 의류부문을 개척하는가 하면, ‘새 브랜드를 띄우는 것보다 한번 망한 브랜드를 되살리는 게 더 어렵다’는 업계의 정설을 뒤집고 논노그룹의 ‘샤트렌’을 1000억원대 브랜드로 되살려냈다.

최 창업자는 자신의 명함에 ‘평생 남보다 반의 반 발자국만 더 간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영선반보(領先半步)을 좌우명으로 새겨 넣었다. 너무 욕심내 앞서가면 주변 동료나 이웃을 보지 못하고, 삶이 너무 치열해져 행복한 인생을 살지 못하기 때문에 ‘반의 반’만 앞서가는 게 좋다는 것이다.

패션그룹 형지는 1982년 동대문 광장시장 한쪽의 한평짜리 점포에서 시작됐다. 일찍이 부산 국제시장에서 페인트 가게, 빵 가게를 운영하다 망해본 경험이 있던 최 창업자는 동대문에서 누구보다 억척스럽게 일했다.

남들이 점퍼 50장을 만들 때 그는 하루 4시간 자며 2000~3000장씩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소비자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상품을 선택했다.

고심하던 최 창업자는 직접 왕관 모양의 로고를 만들어 ‘크라운’이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주변 상인들이 처음엔 별짓을 다 한다고 했지만, 매출은 폭발적으로 올랐다.

이후 크라운이 부도나며 위기를 맞았으나, 최 창업자는 ‘불같이 번성하리라’는 뜻을 담아 1994년 형지물산을 설립하며 다시 일어섰다.

싱가포르 브랜드인 ‘크로커다일’을 들여와 중장년층 여성의 옷차림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당시 캐주얼이 인기였는데, 중장년층 여성의 활동성을 살린 옷은 기껏해야 ‘몸빼’ 종류가 전부였다.

최 창업자는 “500만 주부들이 옷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30~50대 여성이 출산과 가사활동으로 늘어난 군살을 감추고 싶어한다는 점, 부담스럽지 않게 실용적이면서도 예쁜 옷을 원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전국에 400여개 매장을 두고, 주부들의 눈높이에 맞춘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옷을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에 팔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7년 단일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다. 중년 여성복 시장을 장악한 형지는 남성복업체 우성I&C, 교복업체 엘리트베이직, 쇼핑몰 바우하우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종합의류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어린 시절 복싱을 배울 때 권투코치가 해준 ‘지금 이 순간만 참아라!’는 말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는 그는 “요즘 세대는 조금만 힘들어도 자포자기 하는데, 헝그리 정신을 토대로 한평생 남보다 반의 반 발자국을 더 간다는 자세, 성실하게 일하고 배려하며 창의적으로 대처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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