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여야의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공천 작업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표적공천·학살공천’ 등 계파정치의 부정적 유산이 여의도 정치판을 휩쓸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일제히 외친 ‘시스템 공천’이 허언(虛言)이 된 셈이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의 후보자 선정이 지연되는 ‘늑장공천’ 탓에 국민의 알권리가 무력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컷오프(공천 배제)’다. 더민주는 14일 친노(친노무현)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6선·세종시)를 4·13 총선 공천에서 배제했다. 범주류인 정세균계의 이미경(5선·서울 은평갑)도 컷오프에 걸렸다. 더민주는 이들과 정호준(초선·서울 중구성동을) 의원의 공천 배제를 골자로 하는 컷오프 4차 명단을 발표했다.
이로써 원혜영(4선·경기 부천 오정) 의원을 제외한 이해찬, 문희상(5선·경기 의정부갑), 한명숙(3선·비례대표), 유인태(3선·서울 도봉을) 의원 등이 모두 공천에서 배제됐다. 다만 문재인 전 대표의 측근인 김경협(초선·경기 부천 원미갑), 전해철(초선·경기 안산 상록갑) 등과 이인영(재선·서울 구로갑), 우상호(재선·서울 서대문갑) 의원 등 86그룹(80년대생·60년대 학번)은 다수가 공천을 받았다.
당의 최대 주주만 친노계에서 친문계로 바뀌었을 뿐, 그 어디에도 계파 청산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더민주 공천에 대해 “친노 성향 의원들의 컷오프를 최소화하면서도 상징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타협안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4·13 총선 후보 경선 결과 2차 발표에서 서울 광진을 정준길 예비후보를 비롯해 △성북갑 정태근 △강원 속초·고성·양양 이양수 △대구 중구 이은권 △부산 수영구 유재중 예비후보 등을 공천했다. 현역인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인 안홍준(3선·경남 창원마산회원)과 정문헌(재선·속초고성양양) 의원 등은 탈락했다.
하지만 청와대 찍어내기 논란 끝에 지난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유승민 의원은 물론, 용퇴론에 휩싸인 친박계 실세 윤상현 의원의 거취 문제 등 화약고가 산적,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갈등이 확전 중이다.
비박계 지도부인 김무성 대표의 공천안인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누더기로 만든 친박계가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내부 알력설에 휘말린 국민의당은 이날 안철수(초선·서울 노원병) 상임 공동대표와 천정배(5선·광주 서구을) 공동대표, 김한길(4선·서울 광진갑) 의원의 단수 공천을 확정했다. 현역 의원 추가 탈락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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