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미학]겨우내 얼어버린 내 입맛, 속초 가서 봄맛 찾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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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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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3월인데도 동해안에는 눈이 잔뜩 왔대요. 봄꽃 움트는 남쪽을 두고 눈 쌓인 속초로 떠나는 이유가 뭐에요?" 3월 초, 짐을 꾸려 속초로 떠난다고 하자 한 지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따스한 봄바람에 살갗을 드러내려던 설악산이 때아닌 눈보라에 하얀 코드를 꺼내 옷깃을 여미던 그때, 따뜻한 남쪽 지방을 대신해 강원도 속초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속초 사람들만 안다는 숨은 맛집을 찾기 위해서다. 

속초의 '숨은 맛'을 찾아내기 위한 이번 여행에는 두 명의 든든한 맛 전문가도 동행했다. 이들이 안내한 속초의 숨은 맛집은 칼국수를 잘하는 집, 국밥을 잘하는 집, 생선구이가 맛있는 집까지 구석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혹시 맛있을까?' 하고 들어갔다가 '역시 맛있군.'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계산할 수 있는 속초 맛집 세 곳을 소개한다. 

◆평범한 칼국수, 그 맛은 일품…도문집
 

도문집 칼국수는 멸치로 육수를 끌여낸 후 감자를 갈아 넣어 깔끔한 국물 맛에 구수함을 더했다. [사진=기수정 기자]

속초관광수산시장 맞은편에서 우연히 칼국수 전문점 '도문집(033-633-5150)'을 찾았다. 주인장이 도문동에서 처음 가게를 열었기에 이름을 도문집이라 지었다. 가게는 현재 중앙동에 옮겨왔고 주인도 바뀌었지만 이름은 바꾸지 않았다.
 

멸치로 육수를 끌여낸 후 감자를 갈아 넣어 깔끔한 국물 맛에 구수함을 더한 이 칼국수를 조금 더 얼큰하게 맛보고 싶다면 양념장으로 매운 맛을 낸 매운 맛 칼국수를 주문해도 좋다.[사진=기수정 기자]


이곳의 칼국수 육수는 '멸치'를 기본으로 한다. 멸치로 육수를 끓여낸 후 감자를 갈아 넣어 깔끔한 국물 맛에 구수함을 더했다. 밑에 가라앉은 감자알갱이의 독특한 식감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칼국수의 주재료인 면도 주인이 직접 만들어 면발도 쫄깃하다.

기본 반찬은 배추김치와 무 생채 단 두 가지이지만 칼국수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데는 이만한 반찬이 없다. 

조금 칼칼한 맛을 원한다면 양념장으로 얼큰한 맛을 낸 매운맛 칼국수를 주문해도 좋다. 

지금은 판매하지 않지만 여름에는 도문집만의 별미 냉칼국수도 맛볼 수 있고 그 외에 손만둣국과 보리 비빔밥도 잘한다. 칼국수 가격은 5000원. 

◆한우와 문어의 환상 궁합…속초 문어 국밥

"문어로 국밥을 만든다고?" 이름조차 낯선 '속초 문어 국밥(033-638-8837)' 집을 발견하고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동행한 맛 전문가들 역시 "꼭 한 번 맛보고 싶노라." 입을 모았다.
 

이곳 속초 문어 국밥에서는 동해에서 잡은 자연산 참문어를 사용해 육수를 내고 한우사골과 양지(또는 사태살)과 함께 푹 끓여내 해장에도 좋다. [사진=기수정 기자]

문 연 지 4년 된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처음엔 문어 국밥이라는 특이함에 이끌렸다가 점차 문어 국밥의 참맛에 끌려 지금껏 발길을 끊지 못하고 있단다. 

타우린과 오메가3, 미네랄 등이 풍부한 문어만 맛볼 수 있는 줄 알았건만 고단백 영양 덩어리 한우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니,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아닐 수 없다. 
 

문어 국밥 한 숟가락에 새콤한 깍두기 하나 올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사진=기수정 기자]


동의보감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소고기를 먹고 체하면 문어를 삶아 속을 다스려 급체를 막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문어와 소고기는 환상의 궁합음식으로 알려졌다. 

이곳 속초 문어 국밥에서는 동해에서 잡은 자연산 참문어를 사용해 육수를 내고 한우 사골과 양지(또는 사태살)와 함께 푹 끓여낸다.

국밥 안의 문어는 국물에 살짝 담갔다 먹으면 문어 본연의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단 너무 오래 담그면 질겨질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청양고추나 매운 양념장을 곁들여도 좋고 고추냉이에 문어를 찍어 먹어도 좋다. 

문어국밥 가격은 1만원. 

◆반건조 생선과 명태 김치가 주는 감칠맛이 최고…옥이네 밥상

옥이네 밥상(033-637-3166)에서는 식당 이름 그대로 옥이 아주머니(사장님 성함이 김옥이 씨다.)가 한 상 차려주는 거한 밥상을 받아볼 수 있다. 특히 반건조 생선구이와 명태 김치의 조화가 으뜸인 곳이다.
 

반건조 생선구이와 각종 반찬들이 조화를 이룬 거한 한 상 덕에 배는 물론 마음까지 부르다. [사진=기수정 기자]

상다리가 휘어지는 기본 반찬에 생선구이 한 접시가 내어지는 한상차림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짭조름하면서도 시원함 가득한 명태 김치와 명태 식해(食醢. 생선을 토막 친 다음 소금 ·조밥 ·고춧가루 ·무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음식), 조개젓과 낙지젓, 명란젓 등 다양한 젓갈류, 청어회 무침이 기본 반찬으로 나오더니 고등어와 가자미 등을 꾸덕꾸덕 말린 반건조 생선구이까지 눈앞에 등장하니 밥 한 공기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뚝딱 비워낼 수밖에 없다. 
 

반건조 생선구이와 각종 반찬들이 조화를 이룬 거한 한 상 덕에 배는 물론 마음까지 부르다. [사진=기수정 기자 ]


밥 한 숟가락 위에 생선 한 점 떼서 올리고 아삭한 식감 자랑하는 명태 김치로 감싸 한 입 먹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처연한 모습의 빈 밥그릇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젓가락이 닿는 곳마다 맛이 없는 반찬이 없지만 특히 주인장의 정성이 돋보이는 것은 '쌈장'이다.

1년 숙성시킨 표고버섯을 메주와 함께 버무려 다시 1년, 고추씨와 멸치 등을 넣고 다시 숙성시킨 후에야 비로소 완성되는 이 쌈장은 반건조 생선구이와 함께 밥도둑으로 통한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반건조 생선과 젓갈류, 쌈장은 따로 판매하기도 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가격은 생선구이 1만5000원(1인 기준, 2인 기본), 성게비빔밥 1만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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