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15일 조양호 회장이 ‘조종사 업무가 뭐가 힘드냐’는 취지로 직접 남긴 SNS 댓글과 관련해 “조종사 업무도 제대로 모르는 조 회장은 항공사 CEO로서 자격미달”이라며 2차 설전을 이어갔다.
대한항공 소속 김모 부기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객기 조종사들은 비행전에 뭘 볼까요?’라는 제목으로 비행 전 조종사들의 업무를 소개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조 회장은 직접 댓글을 달았다. 그는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며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AUTO PILOT(오토 파일럿·자동항법)으로 가는데”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이 직접 단 SNS 댓글은 삽시간에 퍼져 조종사 업무를 폄하했다며 논란이 됐다. 2015년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쟁의행의 중인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조 회장이 허위사실을 적어 다수의 조종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조종사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조 회장은 엉터리 지식을 가지고 거대한 항공사를 경영해왔다"며 "놀라움을 넘어 당황스럽고 창피할 따름"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노조는 조 회장이 SNS 댓글에서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 준다"고 적었지만, 실제로는 운항관리사가 조종사에게 브리핑을 해 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항공사의 핵심인력인 조종사의 업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능한 CEO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로서 자격 미달임을 밝힌다"며 "경영진의 무능은 경영성적으로 드러난 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의 부채율이 1000%가 넘고 영업이익이 늘어났음에도 당기순손실을 면치 못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노조는 "조 회장은 이번 SNS 직원무시 발언을 통해 2000명이 넘는 조종사들에게 심리적 상처를 입혔다"며 "우리 조종사들은 무너진 자존심을 딛고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가방에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등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부착한 조종사 21명을 오는 16일 운항본부 자격심의위원회에 회부한다.
대한항공이 서울 남부지법에 낸 조종사노조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리도 같은날 열린다.
오는 17일에는 조종사노조의 임금교섭 재개 결정에 따라 사측과 첫 상견례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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