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2년 유예 자사고·특목고 평가 고심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서울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와 특수목적고등학교 운영평가를 유예한 학교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 방식을 검토 중이다.

16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2014년 자사고 평가에서 2년 유예 처분을 받은 신일고와 숭문고에 대한 평가 방식을 내달까지 결정할 예정으로 올해 자율학교 평가계획에는 두 학교가 빠져있다.

서울교육청은 이들 유예 학교에 대한 평가는 공식 평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으로 5년마다 하도록 돼 있는 평가는 당시 끝났다는 것이다.

교육청이 이들 유예학교 평가 방식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평가 유예 학교가 나온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자사고나 특목고, 국제학교, 혁신학교 등에 대해 학교 평가를 5년 단위로 평가하고 지정취소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교육감의 권한으로 평가를 2년 유예할 수 있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유예 처분을 받은 것이 처음이었다.

올해 이들 유예 학교들을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특목고인 서울외고, 국제중학교인 영훈중학교, 자사고인 경문고, 장훈고를 대상으로 평가를 하게 된다.

야당에서는 영훈중학교의 경우 이전 입학비리 등이 있었는데도 2년 유예라는 면죄부를 준 것이 부당하는 지적도 나와 내년의 평가에서는 좀 더 엄격하게 진행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기도 하다.

내년은 제외하고라도 올해 평가 대상 학교의 경우에는 좀 더 사정이 복잡하다.

당시 평가에서 서울교육청에 개선이행계획서를 제출했던 신일고와 숭문고를 제외한 6개 학교들에 대한 지정취소 요청이 교육부로부터 반려됐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반려 처분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지만 언제 결과가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교육청이 유예 학교에 대해 평가를 엄정하게 진행할 경우 지정취소 요청이 반려된 6개 학교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오히려 협조한 두 학교만 교육청의 평가를 다시 받는 애매한 모양새가 된다.

서울교육청은 이같은 문제를 고려해 어차피 공식 평가가 아닌 평가를 이행계획을 점검하는 장학 차원으로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숭문고의 경우에는 서울교육청의 의도대로 2016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완전추첨제로 학생을 선발했고 신일고의 경우에는 당초 모집인원의 130%가 넘을 경우 면접을 통해 선발할 예정이었지만 지원 학생이 이를 넘지 않아 면접 전형은 없었다.

느슨한 방식으로 유예에 따른 평가가 이뤄질지 아니면 평가지표를 만들어 공식평가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하게 될 지는 교육청이 정해야 한다.

2년 유예 처분이 된 만큼 지정취소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내년으로 평가가 유예된 영훈국제중의 경우처럼 비리가 있었던 학교에 대한 지정취소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 경우 단호한 처분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2년 유예 처분을 어떻게 이행할지 내달까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공식 평가는 끝났기 때문에 장학 차원에서 이행계획을 점검하게 될지 아니면 평가지표를 활용해 공식 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다시 밟을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2014년 취임 이후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자사고, 특목고를 축소하려는 방침을 추진하면서 운영평가를 강화하고 지정취소를 확대하려 했으나 교육부의 요청 반려에 따라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지난해 미림여고와 우신고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했다.

미림여고의 경우에는 평가기준에 미달 발표 이후 학교측의 전환 방침에 따라 청문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의 지정취소 요청에 교육부가 동의하면서 전환이 이뤄졌다.

서울의 자사고는 2010년, 2011년 시작돼 2014년과 지난해 대부분 평가가 이뤄져 당분간은 유예된 학교들에 대한 평가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