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출입처는 시식코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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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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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온유 기자]

“전문성을 가져라.” 처음 기자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회사와 연차를 불문하고 선배 기자들의 공통된 조언이었다.

국제부에서 수습 기간 6개월을 마쳤다. 생활경제부에서 정기자로 첫 발을 내디디며 의료·제약과 화장품 등을 맡게 됐다. 어느 제약회사에서 어떤 약품이 나오는지, 각 화장품 회사에서 무슨 브랜드가 나오는지, 어느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모든 것이 생경했다. 지레 겁을 먹고 ‘그때그때 찾아보면 되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도피했다.

그러던 와중 서울 아산병원에서 의료용품 재사용 문제가 불거졌다. 병원 입장을 알아보라는 선배 지시에 따라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질문을 이어갔다. 상황을 설명하던 병원 관계자는 대뜸 “어느 부서를 담당하시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병원 출입도 담당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화기 너머로 격양된 하소연이 쏟아져 나왔다. 의료 분야를 잘 모르는 사회부 기자들이 전화를 걸어와 다짜고짜 "재사용이 맞지 않냐"고 따진다는 이야기였다. 이어 “아시겠지만 보도된 의료기기는 전기를 흘려보내 사용하는 커터”라며 “한 번 사용하면 그을음이 생겨 모를 수 없고 재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런 취재원에게 차마 “저도 이쪽을 담당한지 일주일 남짓이라 잘 모른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저 “그렇죠, 요즘 워낙 의료 도구 재사용이 사회에서 이슈화돼있어서...”라고 얼버무렸을 뿐이다. 전화를 끊고 잠시 멍했다. 병원 분야를 맡고 있는 생활경제부 기자의 통화가 ‘의료 부문을 잘 모르는' 사회부 기자의 통화와 하등 다르지 않았다.

“전문성을 가져라.” 흘려 들었던 충고가 처음으로 내면에서 울렸다. 기자라는 직무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정 기간을 보낸다. 요지는 그 분야를 치밀하게 파고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맛만 보고 지나가는 시식코너가 아니다.

수습을 떼고 한 달 남짓 취재 활동을 돌이켜보면 이쑤시개로 여기저기 콕콕 찌르고 다닌 기억뿐이다. 이쑤시개 재사용은 그만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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