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입주 예정자들이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에 잇따라 반발하고 나서는 것은 예상치 않게 수십~수백만원씩 이자부담을 더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분양이나 계약당시 안내했던 금리보다 많게는 1%포인트 정도 금리가 올랐다고 가정하면 1억원을 빌렸을 때 연간 120만원의 이자부담이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실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동천 자이의 경우 입주예정자들은 3%대 초반의 금리를 감안하고 분양을 받았는데 최종 계약은 3.57% 금리다.
입주자 대표회의 관계자는 "0.5%포인트가 올랐다고 가정할 경우 가구당 200만원 이상의 이자부담이 추가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이 앞다퉈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사업자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속수무책으로 오른 금리로라도 계약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은행들이 집단대출을 꺼리는 상황이어서 울며겨자먹기로 오른 금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도금 대출을 약속했던 은행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서 다른 은행을 찾아야 하기도 하고 대출 총액을 줄여 추가 대출을 유도해 금리를 올리는 상황도 생기면서 건설사들도 난감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기존 거래 은행이 대출을 거부하고 은행을 바꾸는 경우 3% 중반대의 대출금리를 요구하고, 중소건설사는 4%대까지 금리가 치솟는다"면서 "대부분 은행들이 집단대출 심사 강화로 대체 은행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은 시공사나 시행사 등 사업자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집단대출 계약자가 사업자여서 은행에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천자이 입주자 대표회의 관계자는 "시공사와 시행사의 최초 은행 섭외 실패로 인해 최종 은행 결정 지연과 집단대출 금리가 높아진 게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지난해 8월 광교신도시에 분양한 '광교 중흥 S-클래스' 입주 예정자들도 최근 시공사로부터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가 연 3.45%로 결정될 것이라는 안내문을 받고 시공사에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수원시에 중재를 요청했다. 분양계약 당시 안내받았던 금리(연 2.5% 선)보다 대출 금리가 1% 포인트 정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근에 같은 시기 공급된 '광교자이 테라스' 2.41% 와 비교해 0.95%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경기 광주시에 분양을 진행한 아파트 단지도 대출 금리가 분양 때 안내받았던 것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연 3%대 후반으로 결정되면서 입주 예정자들 항의가 이어졌다. 이에 건설회사가 이자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기로 하고 입주예정자들과의 갈등을 매듭지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규분양을 통해 내집마련을 이루려는 실수요자들은 아파트 신규 모델하우스에서 주택 대출에 대한 상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대출가능 여부부터 대출정책 방향까지 다양한 문의에 모델하우스가 대출상담 창구로 바뀌었다는 게 분양 대행업체의 하소연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 사업구조의 특성상 금리인상분에 대한 일정부분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면서 "특히 집단대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경우 건설사들의 자금융통에도 차질이 생기는 등 2차 피해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주택시장과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민간 전문가의 분석결과를 검토·논의하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15층 대회의실에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김이탁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 구경모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 등 정부부처 관계자를 비롯해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 송인호 KDI 연구위원, 박천규 국토연구원 박사 등 민간전문가들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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