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공연이 끝나고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중 한 곡인 ‘맘마미아'(Mamma Mia)가 흘러나오자 몇몇 중년 여성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관객 수 백 명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KBS 1TV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의 한 장면이 아니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현장이다.
그리스 지중해의 외딴 섬을 배경으로 한 맘마미아는 젊은 시절 아마추어 가수 그룹의 리드싱어였지만 지금은 작은 모텔의 여주인이 된 도나와 스무 살인 그의 딸 소피가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소피가 결혼을 앞두고 아빠를 찾기 위해 엄마가 처녀 시절 쓴 일기장을 훔쳐보다가 그 안에서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세 명의 남자를 초대하면서 전개된다.
스토리 구성도 흥미롭지만, 그 무엇보다 관객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것은 음악이다. 뮤지컬에 생소한 이들에게도 이미 귀에 익은 ‘댄싱 퀸’ ‘맘마미아’를 비롯해 총 스물 두 곡이 공연을 풍요하게 한다.
공연 OST는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을 엮었다. 대부분 흥겨운 리듬의 음악이기 때문에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소피의 아빠 찾기는 자칫 슬퍼보일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아빠 후보로 등장하는 해리(정의욱), 빌(호산), 샘(성기윤)은 각자 그 나름대로 사연으로 극을 유쾌하게 이끌어 간다. 이미 다수의 뮤지컬과 연극으로 '내공'을 쌓은 세 배우는 능숙한 연기로 관객을 들었다놓았다 한다.
그렇지만 중년 관객이 가장 열광하는 역은 도나(신영숙), 타냐(김영주), 로지(이경미)다. 풍부한 가창력과 섹시한 안무 뿐아니라 아슬아슬한 '19금 농담'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 또래의 관객이 평소 듣고 싶고, 하고 싶던 말을 속시원하게 해준다.
특히 이들이 입은 ‘수퍼 트루퍼’(쫄쫄이 바지)는 중년 관객들의 젊은 시절인 1970~8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의상에 박힌 보석들은 명품 주얼리로, 조명 각도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빛을 발해 무대를 빛나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 관객들만 맘마미아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맘마미아안에는 모녀의 사랑 뿐 아니라 친구와 우정, 남녀간 사랑이 담겨 있다. 살면서 누구나 겪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녹아 있다.
맘마미아가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나이가 많든 적든, 우리네 인생은 그 나름대로 아름답다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은 어느새 ‘댄싱 퀸’을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6월4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관람료 6만~14만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