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두 번째 근무지로 다시 와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나라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을 느꼈다. 세종학당 한글강좌에 수백명의 대기자들이 있다. 지난 해 공관장 순회강연을 25차례 하면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의 크기를 알았다. 지금 아르헨티나에서는 5개 공공외교단체가 이들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2004년에 창설된 ‘아르헨티나 한국학회(AAEC)’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의 카롤리나 메라 교수의 박사 수제자들이 리드하고 있으며, 부에노스아이레스, 엘살바도르, 꼬르도바, 라플라타, 뚜꾸만, 로사리오 대학교가 한국학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인이민 50주년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금년에는 코르도바 대학교가 한국학 연례세미나를 준비 중이며 이 행사와 더불어 대사관이 코르도바 시와 공동으로 한국주간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학자들은 한-아르헨티나 관계를 지지해주는 버팀목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BEC.AR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미주개발은행(IDB)에서 돈을 빌려서 과학 및 이공계 젊은이들에게 단기해외연수나 해외석사과정 기회를 준다. 3개월 단기과정에 한국의 아주대학교가 참가하여 96명의 아르헨티나 젊은이들을 교육하였다. 서강대학교도 내년도부터 BEC.AR 석사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 선발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지난 해 ‘한-아르헨티나 친선협회(GACOA)’를 조직하였다. 이들이야말로 아르헨티나의 미래며 양국관계의 미래다.
아시아 상공회의소에서 한국영화를 상영하고 설명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JSA’ 영화를 보여주고 남북한 관계에 관해 Q&A를 가졌다. 영화 이외에 한국음식도 같이 맛보게 하였다. 이 행사를 발단으로 ‘한-아르헨티나 기업인 친선협회(GAEMCOA)’를 구성했다. 아르헨티나 기업인들에게 비즈니스가 아니라 한국문화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문화와 친해지면 비즈니스 기회도 열린다는 생각이다.
아르헨티나 이민사회에는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진하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배우, TV 앵커, 고위공무원, 사물놀이 단원, 변호사, 언론인, 의사 등 젊은 동포 재사(才士)들도 참 많다. 이들은 한국문화를 잘 알고 또 스페인어가 능통하여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정말로 보배들이다. 이들이 바로 ‘공공외교동아리’ 멤버들로 각종 행사마다 사회자, 안내자, 공연자로 팔방미인 역할을 한다.
지난 해 한인이민 50주년 행사에 1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한국음식 부스가 설치된 곳은 지나가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한국문화원 주최 연례 K-pop 경연대회나 한인회 주최 K-pop 행사에는 늘 5-600명의 아르헨티나 젊은이들이 몰려와 한국 가수들 이름을 연호한다. 시네마크 영화관에서 개최된 한국영화제에서 ‘국제시장’을 관람하는 현지인들이 눈물을 훔쳤다. 그 영화관에서 졸라서 금년도에도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에 한국공공외교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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