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주택담보대출과 중도금집단대출 등 주택관련 대출 규제 강화로 최근 기존 주택 매매는 물론 청약시장이 냉각되면서 주택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17일 실태 파악을 위해 정부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들을 불러 비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과 주택시장 전문가 양측은 사업성이 좋은 사업장이나 실수요자들의 대출에 대해서는 규제를 탄력적으로 완화할 필요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공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집단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주택 전문가들은 대출규제가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근본적으로는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등 관계자 그리고 민간 전문가들과 최근 주택시장과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분석결과를 검토·논의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 10층에서 비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연착륙하고 있는 과정으로 판단되나 여전히 2013~2014년 동기대비 높은 수준이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집단대출도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자금이 공급되고 있으며 집단대출이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말 집단대출 잔액은 112조8000억원으로 올 1~2월 중 2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5조4000억원의 46.6%를 차지했다.
금융당국은 집단대출에 대한 직접 규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은행 스스로 분양가능성 등 사업타당성을 평가해 리스크를 관리할 것을 강조했다. 또 전망이 밝은 사업장까지 대출기준을 경직적으로 적용해 집단대출이 거절되는 경우가 없도록 합리적 심사를 당부했다. 더불어 주택건설업계 스스로도 '밀어내기식' 분양 자제 등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2015년 주택시장은 저금리 기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등으로 매매가격이 상승하고 거래량이 늘었으나, 최근 공급급증 우려, 가계부채 관리방안 등으로 주택시장 호조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며 "아파트 분양물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세가 향후에도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작년 11월 이후 아파트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어 건설사 자체적인 공급조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가계들의 유동성 제약 완화만이 주택가격 상승 및 주택담보대출 증가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진 금융연구원 박사는 "최근에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주택거래를 둔화시키기 보다는 주택시장 둔화가 가계부채 증가세 완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주택시장의 하방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 대출기준이 경직적으로 적용되면 동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박사는 "주택담보대출 구조개선은 필요하나 연체율이 낮은 거주목적형 주택구입대출 등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며 주택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안정적인 정착은 필요하나 주택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수단은 신중해야할 것"이라며 "다만 급증한 주택공급량을 소화하기 위해 주택사업자 스스로 밀어내기식 분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집단대출에 대한 정확한 분석 등을 위한 모니터링 강화와 주택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주택건설업계 주장에도 귀를 기울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문근석 주택금융연구원 원장은 "주택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미분양·미입주가 발생할 경우 시행·시공사, 수분양자, 은행, 보증기관 등에 손실로 다가간다. 은행이 분양률·입지 등을 고려해 리스크를 관리하되, 시장이 경색되지 않도록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영배 NICE 소장은 "최근 경제 회복세 둔화와 더불어 경제주체의 심리지수 하락세를 고려, 주택시장 공급과잉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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