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M면세점 가보니… 파리만 날린다던 상황은 '현실'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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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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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랜드 유치 고충… 관광객 모객도 아직 어려운 상황

  • -정부, '경쟁입찰'통해 신규 특허 추가 가닥

18일 SM면세점 정문 풍경. 오가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사진=윤태구 기자]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최근 면세점 업계는 정부의 제도 개선 및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추가 방안을 두고 크게 요동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논란이 된 '5년 시한부' 면세점 특허기한을 10년으로 늘리고, 기간 만료 시 특허 갱신을 허용하기로 했다. 서울에 신규 시내 면세점을 최소 두 곳 이상으로 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다만 기존 면세점 사업자의 특허 기간이 만료됐을 때 갱신을 허용하지 않고 신규 진입을 원하는 다른 업체들과 원점에서부터 다시 입찰과 심사를 거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새로 문을 연 신규 면세점들이 유명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등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만큼 특허 추가발급에 앞서 시장 상황을 다시 한 번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규 면세점 사업자들은 브랜드 유치, 모객 등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신규면세점 업체 중 한 곳인 SM면세점의 권희석 대표이사는 지난 16일 서울 반포 서울지방조달청 대강당에서 열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 자리에서 "면세점에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신규면세점 업체들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 SM면세점, 브랜드도 없고 손님도 없고

지난 18일 오후,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서울 인사동 SM면세점을 찾았다. 신규면세점 업체들이 처한 현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SM면세점은 지난달 15일 프리오픈한 상황이다. 아직 그랜드오픈(4월말 예정) 전이라고는 하지만 매장을 오가는 관광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사진=윤태구 기자]


SM면세점의 실상은 권 대표가 이야기한 것보다 심각했다. 지하 1층∼지상 6층에 약 1만㎡(3000평) 규모로 조성된 SM면세점에는 일부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과 내국인으로 보이는 고객 몇명이 있을 뿐이었다.

대형버스 일곱 대를 세울 수 있는 외부의 주차 공간 한 켠 역시 한 대의 버스만이 덩그라니 남아있었다. 내국인 고객들을 위한 지하 주차장 역시 빈자리가 상당했다.

SM면세점은 지난달 15일 프리오픈한 상황이다. 아직 그랜드오픈(4월말 예정) 전이라고는 하지만 참담한 실정이었다.

같은 날, SM면세점을 방문하기 직전 방문했던 롯데면세점 소공동점과는 전혀 딴 판 이었다. 롯데면세점 소공동점은 면세물품을 구입하기 위한 외국인 관광객들과 내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반면, 한 시간여를 SM면세점 지하 1층부터 6층까지 전부 둘러보는 동안 고객들로 북적이는 매장은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일부 국내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서 몇몇 관광객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 역시 실구매로까지 이뤄지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다. 대부분이 매장만 둘러보다 빈손으로 면세점을 빠져나오고 있었던 것. 권 대표가 이야기한대로 파리만 실제로 보이지 않았지, 힘든 상황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코치, 에트로,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등 럭셔리 부티크·명품 시계 매장이 위치한 지하 1층을 비롯해 페라가모, 구찌, 톰포드 등의 브랜드가 위치한 1층의 럭셔리 패션(선글라스) 매장은 물론 수입화장품·향수 매장들이 위치한 2층, 국내화장품 브랜드가 있는 3층 등 대부분 매장의 상황은 비슷했다.

수입화장품·향수 매장들이 위치한 SM면세점 2층. 채 입정하지 못한 브랜드들로 인해 면세점 일부 공간은 가림막형태의 벽이 있다.[사진=윤태구 기자]


면세점 일부 공간은 비어있기까지 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로 꾸밀 예정인 지하 1층을 비롯해 층별로 면세점 일부 공간은 향후 입점할 명품 브랜드와 글로벌 코스매틱 브랜드들의 인테리어 공사 진행을 위한 가림막과 바리케이드가 쳐 있었다.

이렇다보니 당초 목표했던 매출액(연간 3500억원)에도 턱없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SM면세점 서울점은 하루 평균 매출이 1억~1억5000만원 정도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1시간여 면세점을 둘러보는 동안 이 정도의 매출마저 일어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SM면세점의 가장 고민스런 상황은 브랜드 유치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이다. SM면세점은 최근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추가 이야기가 나온 이후 입점 예정 브랜드들과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SM면세점 관계자는 "4월 그랜드오픈을 앞두고 여러 브랜드들과 협상을 진행중이지만 일부 브랜드에서는 기존 협의된 내용을 하루에도 몇번씩 바꾸고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면세점)가 더 많아지게 되면 더욱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18일 롯데면세점 소공동점 모습. 매장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사진=윤태구 기자]


이는 SM면세점처럼 일부 오픈을 한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는 물론 오픈을 앞둔 신세계, 두산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명품 '빅3'로 불리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 유치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모객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 면세점 시장 판도는?

현재 면세점 업체들의 구도는 크게 3파전 양상이다. HDC신라, 한화, 신세계, 두산, SM면세점 등 신규 사업자와 지난 입찰에서 사업권을 잃은 롯데와 SK네트웍스, 그리고 지난해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했지만 새롭게 시장 진입을 노리는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체들이다.

정부는 특허기간 연장과 갱신 허용 등을 담은 제도 개선안을 이달 말 우선 발표하고 신규 업체 수는 4월 이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상황을 좀 더 면밀히 파악해 면세점 추가 여부와 개수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다만 면세점 특허제도를 신고·등록제도로 변경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1·2순위로 꼽히는 곳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점이다. 정부는 신규 특허를 발급해도 롯데와 SK를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며 이들도 다른 기업들과 함께 경쟁입찰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혹여 모를 특혜 논란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속내다. 사실상 롯데와 SK측은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가 2개 이상 나오길 바라고 있다. 특허가 여러 개 추가로 발급되면 그만큼 사업 재진입 가능성이 커지고 특혜 시비를 피해갈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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