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종영…유아인, 이방원의 청춘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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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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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SBS]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최우수 연기상인데 제가 최우수한 연기를 펼쳤는지 잘 모르겠어요.”

지난해 마지막 날, SBS ‘2015 SBS 연기대상’에서 50부작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유아인은 트로피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스스로를 의심했다. 과한 겸손이다. 지켜보는 이들 중 상당수는 유아인의 대상을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50부작 긴 드라마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도전이었다. (작업 과정이)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는 그의 수상소감이 아니더라도 22일 종영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을 연기한 유아인에게 할당된 부담감을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드라마는 여섯 용인, 이성계(천호진)·정도전(김명민)·이방원·이방지(변요한)·무휼(윤균상)·분이(신세경)가 썩은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 조선을 함께 세워나가는 이야기지만, 이방원이 최후의, 유일한 용이 된다는 것은 바꿀 수 없는 역사.

사실, 이방원은 오랜 세월을 걸쳐 사극에 자주 등장했다. KBS가 ‘세종대왕’을 방송했던 1973년까지 되짚어가지 않더라도, 1996년 ‘용의 눈물’의 유동근, 2008년 KBS ‘대왕 세종’의 김영철, 2011년 SBS ‘뿌리깊은 나무’의 백윤식, 2014년 KBS ‘정도전’의 안재모가 보여준 각양각색의 이방원에 대한 기억이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대중이 이방원에게 어떠한 새로운 모습도 기대하지 않았을 때,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내민 히든카드는 유아인이었다. “이방원이 조선을 건국했을 때가 고작 스물여섯이었다. 도대체 그 어린 나이에 어떤 생각으로 대업을 이루었는지 궁금해졌다”는 두 사람은 청년 이방원으로 유아인을 택했다.
 

[사진 제공=SBS]

대안 없는 최선이다. 그동안 현실성이 결여된 희망, 어두운 구석이라고는 없는 '푸름'으로만 소비됐던 청춘의 정의를 바꾼 배우니까. 유아인은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을 비웃는 재신(성균관 스캔들)을 지나 콤플렉스와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영걸(패션왕)을 거쳐 아버지의 인정을 구걸하다 결국 정신을 놓아버린 아들 이선(사도)으로 오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힌, 그러면서도 쉽사리 꺾이지 않는, 실질적이고 실체적인 청춘을 대변했다.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유아인이 보여준 이방원은 ‘잔트가르’(최강의 사내)로 믿었던 아버지의 나약함에 실망하고, 선악과 정의의 가치 앞에서 방황하고, 고려의 모순에 신음하면서도 대업에 눈을 떼는 법이 없었다. 스승과 동생을 죽여야 하는 순간조차도 망설임이 없었던 이방원이 잔혹하게만 보이지 않았던 것은 세상에 대한 갑갑함을, 모순에 대한 염세를 차곡차곡 쌓아나간 유아인이 연기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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