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가다서는 건 차도 아니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 말을 계속 되뇌이고 있었다. 정 회장은 품질경영회의를 직접 주도하고, 신차와 관련해서는 직접 품질을 점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4년여를 함께한 현대자동차서비스에서 축적한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출범 후 지금까지 품질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품질이야말로 제품의 근원적 경쟁력인 동시에 고객안전과 감성적인 만족에 직결되는 요소이며, 현대차의 자존심이자 기업의 존재이유라고 생각해 왔다.
2002년 무렵, 회장 취임 초기 설립한 해외품질상황실을 통해 보고되는 문제점 중 하나가 ‘주행 중 엔진이 간간이 멎는 것’이었다. 결함의 원인을 해소하고자 머리를 맞댔지만, 몇달째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자 답답해진 정 회장은 이현순 남양연구소장을 호출했다.
“주행 중 엔진이 멎는 결함원인을 샅샅이 조사하라. 이참에 엔진문제의 원인을 송두리째 고쳐보자.”
지시를 받고 4개월간 결함원인을 조사한 이 소장은 전기장치부품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정 회장에게 올렸다. 보고를 받은 정 회장은 한참 생각한 후에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그러면 센서와 컴퓨터를 엔진에 달기 전에 낱낱이 새로 검사를 하면 어떻겠는가?”
납품업체를 통해 생산과정에서 이미 검사를 마친 부품도 일일이 새로 검사하자는 것, 일명 ‘전수검사’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정 회장은 자동차도 결국 부품의 조합이어서 최고 수준의 자동차는 일류 부품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약 1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했다. 정 회장은 “품질만큼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며 공장마다 전수검사 시스템을 갖췄다. 이런 시스템을 갖춘 곳은 현대차가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정 회장이 자동차를 만들 때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직접 챙기는 분야가 심장(엔진)이다. 특히 파워트레인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에 열정을 쏟았다.
남양연구소에 갈 때마다 들르는 곳 중 하나가 파워트레인연구소 건물이다. 그는 “우리만의 파워트레인을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독자적인 엔진 하나없이 수입에 의존하는 자동차 회사는 엄격히 말해 자동차 제조 도매상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써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신기술을 과감히 적용하라. 도요타, 혼다, BMW, 벤츠보다 더 좋은 엔진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파워트레인 연구에는 아예 예산한도를 없애자. 돈 생각하지 말고 좋은 엔진 만드는 데만 신경써라.”
정 회장이 이처럼 품질경영을 강조한 결과, 현대차의 엔진 결함은 현격히 줄었고, 세계적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동력장치도 자체 개발했다.
품질이 향상되자,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졌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유럽에서 브랜드 인지도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특히 미국내 상표 인지도 조사에서 아우디, BMW를 앞서는 순위를 기록해 현지에 진출한 세계적인 기업들을 놀라게 했다.
“우리가 세계 5위보다 낮은 7위가 되든, 8위가 되는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고객의 요구에 맞게 고장이 없고, 가격과 기술면에서 경쟁력있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 회장은 최고의 품질과 높은 생산력 확보를 위해 현장 직원을 독려하고 교육하는 데 힘쓰고 있다.
‘뚝심 경영’으로 유명한 정 회장의 물러설 수 없는 품질에 대한 고집은 현대·기아차 질주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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