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관피아 척결? 갈길 멀고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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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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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동재 기자 = 어떤 형태이든, 거대한 기득권 세력과 벌이는 싸움은 어렵고 힘들다. 특히 관행적으로 묵인돼 왔던 그들만의 이권을 배제하거나 축소하려는 새로운 시도는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역사가 전하고 있는 숱한 개혁 실패 사례들은 이를 반증하고도 남는다.

관리와 마피아를 조합한 관피아라는 조어는 현직과 전직의 부적절한 공생관계를 적절하게 표현한 단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많은 공무원들은 현역에서 물러난 이후 자신들이 업무상으로 연관됐던 기업이나 기관, 공기업 등에 둥지를 틀어 왔다. 그것도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이.

같거나 비슷한 업무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전·현직 공무원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회사나 기관, 개인들이 이들의 특별한 인연을 악용한다는 점이다. 정당한 절차와 심사 등을 거치지 않고 국가나 지방단체의 사업이 확정, 추진될 경우 대부분 부실을 초래하게 된다.

이같은 악습으로 인해 초래되는 국가적 낭비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들의 쌈짓돈이 불어날수록 서민들이 부담해야 할 혈세의 액수는 늘어나게 된다. 전관예우라는 전제조건을 지닌 관피아를 척결해야 하는 까닭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눈만 부릅뜨고 행동하지 않는 호랑이?

이른바 신관피아법으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퇴직전 5년 동안 맡았던 업무와 긴밀한 연관이 있는 기관에 3년간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재취업시 공직자윤리위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기만 한다면 상당히 수위가 높은 제한 조건임은 맞다.

하지만 그동안의 수치를 보면 '과연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가'라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1년간 616건의 재취업심사 신청이 있었다. 이 가운데 심의를 통과한 건수는 526건이다. 무려 87%에 달한다.

더구나 일단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취업제한에 해당됐다하더라도한 추가적인 구제 방안에 호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심사를 통해 '예외적인 경우'로 인정받으면 재취업이 가능하다.

최초 심사와 재심사를 거치면 10명 중 9명 이상이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새 직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사오정(45세 정년)과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라는 비유를 당연한 듯 여기는 일반 직장인들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대학을 가서 그 비싼 학비를 다 내고도 또 다시 취업 전쟁을 치르느니 차라리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는 젊은 세대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우리 사회의 곪디곪은 자화상인 셈이다.  

공직자윤리위는 임명직 4명과 위촉직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인사혁신처장이 맡는 부위원장을 제외한 임명직 3명은 대부분 각 부처 차관급 중 대통령이 임명함으로써 결정된다. 

위원장을 포함한 위촉직 7명은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추천인사 등으로 짜인다. 전문분야별 제한이나 할당은 없지만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이 위촉하고 있다.

공직자윤리위는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도교육청에 각각 설치돼 있다.

이런 태생적 한계 때문에 갖가지 비판도 적지 않다. '정권이 원하는 인사들의 집합체' '거수기에 불과한 형식적인 합의기관'이라는 혹평이 따르기도 한다. 강경론자들은 "현직 공무원이 주축이 된 위원회에서 퇴직한 고위 공직자의 취업을 심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팔이 안으로 굽지 밖으로 굽겠느냐"고 꼬집고 있다.

이에대해 인사혁신처는 정책브리핑을 통해 2012년도에 15건(5.0%)에서 13년 27건(9.3%), 14년 51건(19.6%), 15년도 112건(20.8%)로 매년 취업제한 건수 및 제한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득권 제약하려는 강공 드라이브에 곳곳에서 파열음

오는 25일에는 금융권과 업무 연관성이 긴밀한 인사들에 대한 공직자윤리위의 심사가 열린다.

조세심판원장을 지낸 A씨는 이미 '취업제한' 판정을 받은 상태다. 당초 공직자윤리위는 '업무의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취업제한 요건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은행연합회 전무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A씨는 조세에 대한 전문성이 은행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재심사를 요구했다.

국책은행 부총재보를 역임한 B씨에 대한 심사도 진행된다. 이달 초 은행에 사표를 낸 B씨는 금융결제원장 직을 지원했다. 결제 업무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내세워 공직자윤리위의 판단을 구해보겠다는 것이다.

A씨와 B씨가 무리해 보이는 듯한 상황에서도 재심사와 심사를 청구한데는 그럴만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재직 시절 금융사를 감독하는 고위직에 있던 C씨와 D씨는 지난달 심의에서 재취업을 승인 받았다. 이들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각각 신협중앙회 이사와 L카드 감사로 출근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갈수록 "전직 고위 공직자의 재취업에 대한 명명백백한 기준이 세워지고 이를 예외없이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직자윤리위가 앞으로도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한 고무줄 잣대로 심사를 계속할 경우 위상이 추락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직자윤리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혀야 한다"며 "모든 사안에 대한 처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법조계도 로펌 취업이나 변호사 개업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근 신영철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청을 반려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판단은 달랐다. 법무부는 "신 전 대법관이 1981년 이미 변호사로 등록했기 때문에 별다른 취소 사유가 없었으면 등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신 전 대법관은 지난 7일 다시 변호사 개업 신고서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제출했다.

앞서 대한변협은 차한성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를 반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차 전 대법관은 "개업신고서가 변협에 도달하면 신고 의무는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무부의 유권해석이 내려진 뒤 법무법인 태평양의 공익 재단법인 동천의 이사장에 취임, 재직 중이다.

◆대한변협 전관예우 타파 위한 초강수, 성과는 미지수

대한변협은 지난 17일 변호사법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법무부에 제출했다. 지금까지는 징계 처분 등을 내리거나 과태료를 물리는 수준이었다. 대한변협이 변호사법 전면 개정에 나선 것은 1949년 변호사법이 제정된 이후 67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특히 대형로펌에 몸을 담고 사실상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퇴직 공직자와 선임계를 내지 않고도 암묵적으로 변론 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직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지난 2014년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호사 업무를 한 것은 이른바 '몰래 변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국내 법률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법조 비리는 갈수록 심각해 지는 추세다.

비리 변호사 징계개시 신청 건수는 2013년 73건에서 2014년 185건, 2015년 245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현재 2만여명인 국내 변호사 숫자는 앞으로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법률시장 개방으로 외국계 대형로펌들까지 가세하면 변호사 업계가 더욱 혼탁해 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같은 상황 인식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해 법원과 변협 등이 참여하는 '법조 브로커 척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대한변협도 지난달 22일 '전관비리신고센터'를 개설했다.

대한변협의 행보를 둘러싸고 법조계 내부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대형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이미 개업한 변호사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측면이 많다는 지적 등을 곰곰이 되짚어보아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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