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을 기준으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ELS 발행 잔액은 36조8500억원에 이른다.
작년 11월부터 업계 자율 형태로 ELS 신규 발행 규제가 시작됨에 따라 H지수 ELS 발행 잔액은 36조8000억∼37조1000억원 사이에서 정체됐다.
'쏠림 현상'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감축 요구에 따라 증권사들은 매달 상환액의 90% 이내에서 H지수 ELS를 찍어내고 있다.
이 영향으로 작년 11월 5400억원이던 H지수 ELS 신규 발행액은 작년 12월 4100억원, 올해 1월 3600억원, 2월 1600억원으로 급감하고 있다.
이처럼 H지수를 기초자사산으로 하는 ELS 출시가 크게 줄자 당국의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H지수는 지난해 대규모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 진입 탓에 H지수 연계 ELS를 꺼리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H지수가 낮아진 것을 기회로 활용해 기회를 엿보는 공격적인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5월26일 14962.74까지 올랐던 H지수는 올해 2월12일 7498.81까지 떨어져 사실상 반 토막이 난후 서서히 반등하는 추세다. 지난 21일에는 8900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H지수 ELS에 돈을 넣으려는 투자자들은 올 2월12일 5년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내려앉은 H지수가 재차 반 추락하는 사태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탁형 ISA 포트폴리오를 짜면서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안전 자산에 H지수 ELS를 섞는 것을 고려하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발행량이 적어 편입이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삼성증권은 H지수, 코스피200지수,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목표 수익률 10.8%의 '13231회 ELS'를 발행했는데 무려 11.0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H지수와 흐름이 유사한 홍콩항셍지수(HSI)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이 크게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 H지수 발행 제한 정책의 효과도 적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을 묶어 산출한 지수인 반면에 HSI는 홍콩 증시 전체 주요 기업을 뽑아 산출한 지수다.
일국양제(一國兩制) 체제인 중국과 홍콩이 긴밀히 통합돼 두 지수의 방향성이 유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올 2월 HSI를 기초 자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2700억원으로 H지수 ELS 발행액(1600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많았다. 월간 기준으로 HSI ELS 발행액이 H지수 ELS 발행액을 넘어선 것은 최초다.
HSI ELS 발행액은 작년 11월까지 400억원에 불과했으나 12월 900억원, 1월 1800억원, 2월 2700억원으로 급증해 2월 말 기준으로 발행 잔액이 63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한편 금융당국은 투자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선 H지수 ELS 발행 물량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H지수가 많이 내려갔음에도 앞서 발행된 물량의 상환이 많이 남아 쏠림 현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HSI ELS 신규 발행이 늘고는 있지만 두 지수의 성격에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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