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천 기자 =미국을 순방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제제 일변도의 대북정책 보다는 대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 시장은 현지시각 21일 워싱턴에서 열린 맨스필드 재단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프랭크 자누지 대표를 비롯한 맨스필드 재단 관계자들과 1시간 30여분에 걸쳐 한반도 정세와 미국의 역할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여기서 이 시장은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구축되는 문제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라면서 “지금까지 주로 채찍에 의존해왔다면 이제 그 한계를 인정하고 당근을 사용할 때다.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이 아닌 대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이어 “햇볕정책과 강경정책 한 가지만 선택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현재 단계에서는 좀 더 많은 협상과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취할 수 있는 최강경의 제재 정책을 한다고 해봐야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중국이라는 뒷문을 통해 효과가 물 새듯 새고 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뒤에 받치고 있고 북한은 살아남기 위해 무기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이 개방되도록 하고 체제불안을 덜 느끼도록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오히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과 한국, 북한의 강경 대응 악순환을 풀기 위한 방법을 묻는 질문에서 이 시장은 “인내와 신뢰”를 강조했다.
이 시장은 “언제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고 잃을 수도 있으나 다만 손해를 보더라도 국가간에 조금씩 공평하게 손해보고, 이익을 얻더라도 공평하게 해야 한다”면서 “감정을 억제하고 좀 더 이성적으로 접근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지나치게 주장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을 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첫째로, 안전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전쟁의 위험을 없애는 유일하고 근본적인 일이 통일이다. 둘째로,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되면 국가 부도지수가 뛰어서 외채에 대한 이자를 많이 지불해야 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손실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좀 더 긍정적 관점에서 보자면 북한은 싸고 우수한 노동력과 엄청난 자원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잠재적 시장으로 인도적 측면에서 보면 남북 분단으로 갈라진 가족이라든지 이런 고통이 엄청나게 크다”며 “세계질서라는 측면을 보면 위험한 화약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화약고를 없애는 것도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핵문제, 통일문제가 세계질서라는 장기판 안에 장기말을 놓는 것처럼 쉬운 일일 수 있다”며 “그러나 장기판 안에 있는 장기말 입장인 한반도는 7천만이 살아가는 소중한 공간이다. 좀 더 한반도의 7천만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깊은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고 맨스필드 재단 등 미국 측에 당부했다.
맨스필드 재단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접근하자는 이 시장의 말은 참 좋은 조언”이라며 “5월 한국방문 시 성남을 꼭 찾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맨스필드 재단은 미국과 아시아 지도자 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공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논의하면서 아시아 국가와 국민들에 대한 인식 제고를 추진하는 비영리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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