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최길선 회장·권오갑 사장 “현대중공업, 현대정신으로 위기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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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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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사 44주년 맞아 담화문 발표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현대중공업 최길선(사진 왼쪽)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22일 “현대정신으로 전 임직원이 하나가 돼 위기를 극복하자”고 밝혔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오는 23일 창사 44주년 기념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데 모든 것을 집중하겠다”며 “사업부별로 돌아가면서 상을 받는 포상 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호황기에 만들어진 지나친 제도와 단협 사항들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고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담화문 전문.

임직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내일은 우리 회사가 창립한지 4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모두가 기뻐하고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회사 재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많은 변화도 있었습니다만, 아직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근 10여년간 우리 회사는 너무 비대해졌고,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습니다. 우리를 간섭하는 사람도 없었고,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직언(直言)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과연 지금도 세계 1등 회사인지, 각 사업들이 국내 1위 자리라도 지켰는지를 생각해보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임직원 여러분,

조선업계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수주잔량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급격히 일감이 줄고 있습니다. 물량절벽이 곧 다가온다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도크가 빈다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목전에 다가온 것입니다. 해양과 플랜트는 상황이 더 안 좋습니다.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수주 물량이 없습니다.

수주를 왜 못하냐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세계 경기 침체와 저유가로 선주들이 발주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납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품질이 좋지 않아 선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우리 내부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그나마 수주하려해도 수주하는 순간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우리의 경쟁력도 문제입니다. 무리한 과잉, 적자 수주 때문에 지금도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런 일을 다시 반복해서도 안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선주들의 인도거부나 계약취소로 자금사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금융권에서도 이제 조선업계에 돈을 잘 빌려주려 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냉엄한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현실의 어려움만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된 것이 여러분의 잘못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는 미래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수주활동을 벌인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공정을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며 직접 선주 설득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의 진정성을 선주들에게 직접 보여주겠다는 것입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채권단에 쟁의 활동 자제와 임금동결 내용을 담은 동의서까지 제출했습니다. 노동조합이 기업회생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두 회사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일감이 없어 어떻게든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전환배치를 실시했지만, 노조는 회사에 대한 비난에 앞장섰습니다. 회사를 분열과 대립의 구도로 가져가겠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회사를 정치판으로 끌고 가려 합니다. 경쟁사 노조의 행동과는 너무 다른 모습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앞으로는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데 모든 것을 집중하겠습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습관은 하나씩 고쳐나갑시다. 비리가 있다면 이제는 덮어주지 말고 그 끝이 어디라도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제거합시다. 오랫동안 해온 관행을 없앤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오직 회사만을 생각하고, 잘못된 것은 과감히 없애 나갑시다. 여러분이 앞장서 주십시오.

사업본부별 배분비율에 따라 돌아가면서 상을 받는 포상제도를 대폭 개선하여 잘못된 관행을 없애거나, 회사를 위해 성과를 창출한 사람에게는 그 즉시 합당한 포상을 실시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노력에 회사는 반드시 보상을 하겠습니다.

일감이 줄어드는 만큼 호황기에 만들어진 지나친 제도와 단협사항들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현실에 맞게 고쳐나가야 합니다. 이제는 노동조합도 오로지 회사 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평가제도 등 각종 인사제도도 사업본부 체제에 맞도록 개선하고, 순환근무를 통한 우수인재 육성에도 노력하겠습니다. 제도적 뒷받침에 모든 역량을 모으겠습니다. 여러분도 회사를 반드시 재도약시킨다는 확신을 갖고 여러분의 생각과 행동을 바꿔주시기 바랍니다. 회사 살리는데 소중한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과장이 이런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들에게 회사를 살리는 일은 가정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회사가 잘못되면 저희 인생도 끝입니다. 저희들은 정말 심각합니다. 이제 갈 곳도 없습니다. 우리 회사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회사경영의 책임자로서 그 간절함에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사업본부 대표에게 보다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였습니다.

이제 사업대표들은 우리 사업본부가 동종업계와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과연 이익을 낼 수 있는지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진솔하게 이야기 하십시오.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구성원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조직, 시설, 인원 등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우리 사업본부의 미래를 어떻게 개척해 나갈 것인지 직원들과 함께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각오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전 구성원들의 공감을 통해 우리 사업부는 우리 힘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사업부의 미래와 비전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생존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반드시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입니다.

어제는 고(故) 정주영 창업자님의 15주기였습니다.

지난 주말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묘소에 다녀왔는데, 회사가 처한 상황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명예회장님 묘소 앞에서 두 눈을 감는 순간, 우리의 자만심과 나태함으로 인해 회사가 어려워진 것에 대해 혹독하게 시련을 주시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 정신 차리고 힘을 모아 회사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창사 44주년이라는 뜻깊은 날에 무거운 이야기를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고, 여러분께 미래의 비전과 청사진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현대정신’으로 전 임직원이 하나가 돼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과 미래를 만들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과업일 것입니다.

우리만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전 세계가 경기침체로 힘들어 하고 있고, 우리나라 제조업 자체가 이제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이런 한계상황을 돌파해 낼 역량을 우리가 갖추고 있느냐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생존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인정합시다. 이제 잘하는 것처럼 꾸미지도 말고, 돌아가거나 회피하지도 맙시다. 지금이라도 우리를 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을 아주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합시다. 부딪혀야 할 것은 부딪혀야 하고, 해결할 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미래를 불안해하는 후배들에게도 격려와 용기를 주고, 힘들지만 이 어려운 고비를 힘을 합쳐 넘어가 봅시다. 어느 상황, 어느 누구와 상대하더라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명실상부한 1등 기업으로 다시 태어납시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목표이고 비전일 것입니다.

임직원 여러분의 새로운 다짐과 각오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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