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아이폰 잠금해제 관련 미국 정부와 애플 간의 갈등 국면이 2차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애플의 기술적 도움 없이 아이폰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자체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사생활 보호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연방지방법원은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와 관련해 이날 열리기로 했던 공판 날짜를 연기하기로 했다. FBI가 자체 기술을 모색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연기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미 연방법원은 지난해 12월 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와 관련해 테러범인 사예드 파룩의 아이폰 속 암호화 정보를 검토할 수 있도록 잠금해제 기술을 지원하라고 애플 측에 명령했었다. 애플이 이를 거부하고 곧바로 명령 취소 신청을 제기하면서 이날 추가 공판이 잡혔었다.
현지에서는 FBI가 제3기업을 통해 아이폰의 보안을 뚫고 테러범의 정보를 파악할 것으로 보고 있다. FBI가 자체적으로 고안한 방식이 성공한다면 애플 대 정부 간 갈등이 아닌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애플 측에 협조를 요청할 때는 '테러범의 아이폰만 확인하는 일회성 조치'라고 일일이 말해왔지만 자체 기술력을 보유할 경우 협조 없이도 수많은 아이폰의 정보를 확인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수사당국은 총기 테러 외에도 다양한 사건과 관련해 애플 측에 아이폰 잠금해제를 요구해왔다. 사이러스 밴스 맨해튼 지방 검사의 설명에 따르면 "수사 과정에서 애플이 협조하지 않아 잠금 기능을 해제할 수 없었던 아이폰만 175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애플은 필요 이상의 정보 제공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애플의 2015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약 6만 여개의 기기에 대해 약 1만 1000건 건의 잠금해제 요구를 받았고 그 가운데 7100여 건의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팀 쿡 CEO는 "FBI의 요구에 협조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면 수많은 미국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공공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역시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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