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생각했던 것보다 현대·기아차의 협력업체들 연봉이 괜찮네요. 요즘 취직 어렵잖아요.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경기도 수원에서 새벽 첫 지하철을 타고 올라온 김희준(28·남)씨는 1평 남짓한 채용 부스에서 막 면접을 마치고 나오며 “협력업체 처우도 대기업 부럽지 않다”며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요즘 채용사이트가 넘쳐나고 구직자들은 손쉽게 회사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상으로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구직 기회도 찾고 취업 선배들의 조언을 얻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려는 열정있는 구직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23일 9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C홀. 역대 최악의 고용한파속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장 앞은 개막시간 전부터 인산인해였다. 10시부터 입장이 시작되자 교복을 입은 더벅머리 고등학생부터 빳빳한 흰색 와이셔츠로 무장한 정장차림 대학생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가 되자, 준비된 채용 안내집 1만여부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이날 1만6300명이 박람회장을 찾았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채용박람회장은 한손에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수 십장이 담긴 서류봉투를, 다른 한손에는 주최측이 제공한 채용 안내책자를 들고 누비는 이들로 가득했다. 146개 협력사 채용정보가 담긴 게시판 앞은 까치발을 들고 서성이는 여고생, 핸드폰 카메라로 구직정보를 촬영하는 사람 등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구직 기회를 탐색하고 있었다.
학교 수업대신 체험학습 형태로 방문한 마이스터고 학생들도 있었지만, 취업에 뜻이 있는 고3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광명정보고에 재학 중인 유지수(19·여)씨는 “대학에 진학해도 취업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졸업 후에 바로 취직할 생각”이라며 “캠퍼스의 낭만 대신 곧바로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협력사들은 회사 홍보는 물론 새로운 인력 수급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변속기 레버를 만드는 동원실업의 인사담당자는 “지난해 채용박람회를 통해 신입사원 2명을 선발하는 성과가 있었다”며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게 협력사 채용박람회는 열정있는 구직자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대표적 부품계열사인 다이모스, 파워텍 앞은 유난히 말끔한 정장차림의 남학생들로 가득했다. 지난 2일 현대차그룹의 대졸공채가 막이 오른 가운데, 서류합격후 진행될 인적성 검사(HMAT)와 향후 면접에 관한 노하우를 생생하게 듣기 위해서였다.
현대다이모스 인사담당자는 “첫 회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어려운 취업환경이지만 평생 다녀도 후회하지 않을만한 회사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또 “계열사 선택에 있어 경쟁률 등 눈치 싸움이 필요하다”며 “향후 면접 집단토론에서는 전공을 기초로 자신만의 생각을 전달하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는 올해 1차 협력사를 기준으로 1만80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 박람회는 현대·기아차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놓인 협력사의 인재 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의 사회적 역할을 위해 5년째 진행하고 있다. 5년간 약 8만6000여명이 일자리를 찾는 등 현대·기아차의 대표적인 동반성장과 고용창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채용박람회는 이날을 시작으로 △3월31일 대구 엑스코에서 대구·경북권 박람회 △4월2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호남권 박람회 △4월28일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울산·경주권 박람회 △5월10일 창원컨벤션 센터에서 부산·경남권 박람회 등 전국 5개 권역에서 차례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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