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김무성 대표가 일주일만에 당의 공천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유승민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친박(친박근혜)계가 다수인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에서는 그다지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한 모양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이미 "기다리고 있다"며 유 의원의 자진 탈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지금껏 '무-한(김무성-이한구) 갈등'을 승률로 따지자면 이 위원장이 좀더 우세했다.
23일 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도 그랬고 그 전 최고위에서도 유 의원을 공천해야 된다는 주장을 계속 했었고, 경선을 해야 된다는 주장도 했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앞서 유 의원의 문제와 관련해 "(자진 탈당을) 기다리고 있다, 그게 서로간에 좋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간 취재진의 질문에 별도의 대답없이 퇴장했던 김 대표가 당의 공천문제에 대해 입을 연 것은 지난 16일 기자회견 이후 약 일주일 만이다. 당시 김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가 정회된 상황에서 회견을 열고 "(공관위가 결정한) 모든 것이 당에서 정한 당헌, 상향식 공천의 원칙, 국민 공천제에 다 반하는 일이다"라며 일부 단수추천지역 추인을 보류한다는 사실을 밝혔었다.
하지만 김 대표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곧바로 이 위원장은 "다 설명해줬는데 왜 바보같은 소리를 하나"라고 비아냥댔다.
지난달 중순 우선추천지역 등 공천룰을 둘러싸고 김 대표는 친박계의 전략공천을 우려하며 "선거에 지는 한이 있어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관위 해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 위원장은 "독립된 기관인 공관위에 누구도 압력을 넣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맞받아친 바 있다.
그러나 공천이 거의 마무리된 결과, '무-한갈등'의 승기는 이 위원장에게로 기운 듯 하다.
이 위원장은 253개 지역구 가운데 108곳의 공천을 단수우선추천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경북 경산), 정종섭(대구 동갑)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대구 달성) 전 국무조정실장 등 진박(진실한 친박)이라 불리는 후보를 비롯한 친박계 인사들도 다수 공천을 받았다.
김 대표가 강조한 상향식 공천의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대표를 중심으로 최고위가 요구한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의 재심도 공관위 표결로 무산됐다.
설상가상으로 김 대표의 측근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살아남으면서, 공천에서 탈락한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로부터 '김 대표도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친박과 비박 양쪽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며 김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실종됐다는 분석이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는 당 대표로서 유승민 의원 건에 대해 공식적 견해를 갖지 못했고, 정치인으로서 자기 가치와 철학에 맞게 이 사안을 가져가지도 못 했다"면서 "두 마리 토끼를 놓침으로 인해 차기 대권은 물론이고 정치인으로서도 심각한 자기 훼손이 돼 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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