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이른바 ‘셀프공천’ 논란으로 촉발했던 당 내홍이 김 대표의 잔류로 사흘 만에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 사태가 어정쩡하게 봉합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총선 이후 김 대표와 친노(친노무현)·주류 세력 간의 갈등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잔류를 밝히면서도 “수권 정당을 만들기 위해 우리 당에 왔지만, 구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봤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총선이 끝나고 나서 대선에 임하는 마당에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이 요원하다. 과연 이 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의심도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대표는 기자회견 중 ‘정체성’이란 단어를 6번이나 강조했다. 이는 이번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2번을 선택한 자신을 두고 셀프공천이라는 비판으로 사태를 키운 비노·운동권 세력을 겨냥한 강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노욕(老慾)’이라는 비난에 모욕을 느꼈다며 사퇴 카드까지 꺼내들었던 김 대표가 코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문재인 전 대표의 만류 등으로 사퇴 의사를 접어 상황이 일단락됐으나, 총선 이후 또 다른 갈등이 촉발할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특히 친노·운동권 세력 역시 김 대표의 독불장군식 불통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점점 쌓이고 있어 전문가들은 총선 이후 나타날 두 세력 간 갈등은 당을 더 큰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와 친노 등 더민주 주류 세력 간 이번 충돌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참고 참다가 비례대표 문제로 크게 터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총선을 앞두고 문 전 대표까지 나서며 봉합됐지만, 총선 이후에는 또다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당장 총선 결과를 놓고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서 갈등의 방향과 크기가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당내 주도권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대표는 총선 이후 주류 세력과의 본격적인 다툼을 대비해야할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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