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유승민 탈당, 20대 총선 판세 흔드나…수도권 민심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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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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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20대 총선 공천 신청자 면접심사에 대구 동구을에 신청한 유승민 의원이 면접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이수경·윤정훈 기자 = 새누리당의 판도라의 상자가 드디어 열렸다. '유승민 탈당'이란 상징적 사건이 총선 돌풍을 일으킬 지 찻잔 속 태풍이 될 지 주목된다.

특히 청와대와 친박계의 '찍어내기'에 대한 분노와 '친유승민계' 의원들 간 무소속 연대 가능성 등이 수도권 판세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4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전날 탈당한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공천했다. '진박(진실한 친박)'으로 분류되는 후보다.

이한구 위원장은 이날 유 의원을 향해 "우리 당을 모욕하고 침을 뱉으며 자기 정치를 위해 떠났다"면서 "본인의 행동을 따뜻한 보수니, 정의로운 보수니 하는 그럴듯한 말로 미화하고 오히려 자신만의 잣대를 국민들한테 설득하려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관위가 유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 시키지 않고 자진 탈당을 밀어붙인 것은, 유 의원을 먼저 쳐낼 경우 수도권의 부정적 여론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중도층과 무당층이 많아 매 선거 때마다 향배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왔다. 중앙정치 이슈에 민감해, 민심이 크게 출렁이는 곳이기도 하다.

유 의원이 당을 나간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팔할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이후부터 커진 당내 압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은 대구 지역과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의 표를 갉아먹을 수도 있다. 유 의원에 대한 '심판'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당에 대한 심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 주에 비해 하락했다. 특히 유 의원 사태의 여파로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 역시 동반 추락했다. 

다만 대구 외에 전반적인 총선 판세에 유 의원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큰 판세에 영향을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보통 정당 투표를 하는 도시에서는 사람을 보고 찍지 않는 데다 그만큼 무소속이 뚫고 들어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투표율이 높으면 유 의원에게 유리한데, 유 의원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빠지지 않았다"면서 "여야 구도에서 비박(비박근혜)은 구심점이 부족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유 의원과 일부 탈당한 의원들의 무소속 연대도 거론된다.

'친유승민'계로 공천 탈락에 따라 탈당한 현역은 조해진(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권은희(대구 북갑)·류성걸(대구 동갑) 의원 등이다. 이밖에 이재오(서울 은평을)·임태희(경기 성남 분당을) 의원 등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 의원들도 탈당에 가세했다. 이에 따라 친유승민계 의원들과 무소속 연대를 꾸리거나, 범비박계로 범위를 넓혀 친박계에 맞설지 주목된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부터 서로 연락하면서 좀 고민해볼 문제지 당장 연대를 하고 이런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 "연대란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옳은 건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유 의원은 전선을 작게 가져가고 좁은 지역에서 자리를 만들어가는 전술이 유효할 것"이라며 "대구 지역에서 연대를 한다면 모를까, 섣불리 연대카드를 썼다가 자신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참석한 김무성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한편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 의원 지역구를 포함해 추인을 보류했던 5개 단수추천지역에 대해 무공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옥새'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 같은 반발은 사실상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상 영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애초에 공관위에서 '진박' 후보들을 공천하며 본인이 주장한 상향식 공천이 동력을 잃어갈 때도 그는 침묵했다. 

전날 유 의원의 공천, 대구 동을의 무공천을 주장하던 김 대표는 이후 비공개로 열린 심야 최고위원회에서도 "못해먹겠다"면서 친박인 원유철 원내대표와 언쟁을 벌였다. 그러나 고성을 질러대며 싸웠던 그들은 회의 직후 국회 앞의 감자탕집에서 소주잔을 나누며 균열을 봉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김 대표의 측근인 김학용 대표비서실장(경기 안성), 김성태(서울 강서을),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김영우 수석대변인(경기 포천·가평), 박민식(부산 북·강서갑) 의원 등은 모두 살아남았다. 김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쌓이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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