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MBC 수목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 평생을 권력만 좇던 부패 총리 강석현은 치매에 걸린 뒤 기자회견을 하다 심장 발작으로 사망했다.
야욕에 눈이 멀어 사랑을 버리고 가족에게도 무심했던 강석현에게 어울리는 죽음이라고 단순히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석현을 연기한 배우 정진영에겐 그 이상의 생각이 있다. '왜 하필 심장병이었느냐'는 게 그것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진영은 "사후 해석인데 치매와 심장병이라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수(최강희 분)에 대한 사랑은 일종의 심리적 동요라고 생각해요. 석현은 인생의 마지막에 그런 심리적 동요를 많이 겪은 인물 아닐까요. 심장병이란 것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화려한 유혹'에서 석현은 자신보다 36살이나 어린 은수에게 사랑에 빠져 전재산까지 바쳤다. 지금껏 심장이 없는 것처럼 무심하고 차갑게 살아왔던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의 순애보였다.
"이 사람(석현)은 야수가 되면서 심장이 굳어버렸던 것 같아요. 굳은 심장을 운용하려면 아마 뇌가 필요했겠죠. '이게 이성적인 거야'라고 자신을 설득하는 뇌요. 박제된 거죠. 결국 둘 다 병에 걸린 거예요. 그러다 인생 말년에 은수를 만나게 되고 굳었던 심장이 풀렸죠. 어제 갑자기 생각난 거예요. 사후 해석이죠. 어쨌든 우리 드라마는 참 잘 직조된 이야기였다는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강석현이 천벌을 받을 거라고 할 수 있지만 정진영에겐 고장났던 심장과 뇌가 멈춘 것이다. 때문에 그 벌이란 하늘에서 준 게 아니라 이미 강석현이 스스로 선택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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