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내년까지 반드시 소비세를 올리겠다고 공언해온 아베 정권의 계산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경기 둔화 흐름에 따라 증세 계획을 보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내년 4월로 예정됐던 소비세 인상 계획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아베 총리는 소비세를 현행 8%에서 10%로 올리겠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증세 계획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금과 같이 경기 상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증세할 경우 외려 내수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기존 5%였던 소비세를 8%로 상향 조정했을 당시에도 복지·연금 부문 예산 마련 방법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경제학자들이 증세 계획을 보류해야 한다고 잇따라 조언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22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금융경제분석회의에서 "현재 경제 상황이 곤란한 상태인 만큼 소비세 인상을 지금 실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2014년 11월에도 소비세 인상 시기를 연기하라고 아베 총리에게 조언했었다. 이 조언에 따라 당초 2015년 10월로 예정돼 있던 소비세 인상 시기가 2017년 4월로 연기됐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도 소비세율 인상을 보류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도 소비세 증세를 연기할 경우 그만큼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재정투입 규모가 한층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정치적으로도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4년 소비세율 인상 당시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며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했다. 이번에도 증세 계획을 연기할 경우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며 중의원을 해산하고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진행할 공산이 크다. 벌써부터 야당 측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오는 5월 26~27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전에 소비 진작 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오는 29일 2016년도(2016년 4월~2017년 3월) 예산 96조 7000억엔이 참의원을 통과, 확정되면 새로운 경제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소비 진작 대책에는 액면가 이상의 쇼핑이 가능한 '프리미엄' 상품권' 발행, 어린이 양육에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 배포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 보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보육교사 임금을 월 1만2000엔(4%)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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