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 주의 주도인 라호르의 한 어린이공원에서 27일(이하 현지시간) 자살폭탄 테러가 벌어져 최소한 72명이 숨지고 약 300명이 부상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 부활절에 일어난 참극…탈레반 극단주의 조직 "기독교도 노린 테러"
파키스탄 일간 돈(DAWN) 영자판은 테러범 1명이 이날 오후 6시 40분께 라호르 도심 굴샨-에-이크발 공원 출입구 앞에서 자폭했으며, 자폭 현장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는 그네가 있었다고 이날 보도했다.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펀자브 주 구호 당국은 최소 7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며, 경찰은 사망자 대부분이 어린이와 여성이라고 전했다.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 어린이 공원에서는 벌어진 이날 사고로 어린이 공원에는 혈흔이 낭자했으며, 신체 일부 조각들이 이곳저곳에 널려있는 악몽과 같은 장면이 순식간에 펼쳐졌다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경찰은 자폭테러범의 시신 일부를 발견했으며 폭탄에 사용된 볼 베어링도 찾았다.
굴샨-에-이크발 공원은 어린이들이 탈 놀이기구가 많아 평소에도 많은 주민이 자녀와 함께 나들이 장소로 찾는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은 부활절을 맞아 기독교도들이 행사를 열어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일간지 '돈'은 전했다. 이날 테러의 배후세력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파키스탄탈레반(TTP)의 강경 분파인 자마툴아흐랄로 추정된다.
자마툴아흐랄의 대변인인 에흐사눌라 에흐산은 "우리는 부활절 행사를 하던 기독교도를 공격했다"며 "우리가 라호르에 입성했다는 소식도 나와즈 샤리프 총리에게 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자마툴아흐랄은 지난 7일에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 주의 차르사다 지역 법원에서 자폭 테러를 저질러 17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 공원주변 보안 극도로 허술…주요 국가서 애도 이어져
이번 테러가 벌어진 공원은 별도의 보안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곳이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현지 언론인 '돈'은 목격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원은 매우 크고, 입구가 상당히 많다. 그렇지만 보안 인력은 전무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파키스탄의 긴급구조 서비스 1122의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사건 발생 신고가 들어온 것은 6시 44분이며, 20대의 앰뷸런스가 현장에 보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상자가 한꺼번에 많이 발생함에 따라 많은 부상자가 택시나 삼륜차(오토릭샤)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라호르 시내의 모든 공공 병원에는 비상근무에 돌입했으며, 펀자브 주당국은 비상사태와 사흘간의 공식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파키스탄 전국 사립학교 연맹은 28일 하루 학교를 휴교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테러는 희생자가 대부분이 어린이라는 점에서 전세계 인들의 공분의 사고 있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번 사고에 대해 "무고한 생명이 숨진 데 대해 비통함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애도를 표했고 아심 바지와 파키스탄군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무고한 형제·자매와 어린이들을 살해한 범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며 "이같은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가 우리의 삶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비겁한" 테러를 규탄하며 파키스탄 당국과 테러 척결에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총리실도 성명을 내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샤리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하고 테러 대응에 협력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이번 테러가 "기독교 소수자를 겨냥한 광신적 폭력"이라며 비난했다.
앞서 샤리프 총리는 지난 2일 파키스탄 유일의 기독교도 장관인 캄란 마이클 해운항만부 장관과 사르다르 유수프 종교부 장관을 바티칸에 보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자국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했으며 교황도 이를 수락한 바 있다.
파키스탄은 1억9700만 인구의 97%가 이슬람교도이며, 기독교 신자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하여 전체 인구의 1.6% 정도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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