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애국주의는 파시즘을 미화하고 합리화시키는 도구로 악용돼 왔다. 세계사적으로 독일 나치즘이 그러했고 우리나라의 경우 1970∼8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애국주의가 그러했다.
나치 독일과 한국 군사독재 정권이 내세운 애국주의는 국익이나 안보를 위해선 개인의 인권을 유린해도 된다는 애국주의였다.
그러나 21세기 민주주의가 정착된 현재 이런 애국주의는 진보와 보수 모두 거부한다. 태양의 후예에서 군인 정신을 대표하는 유시진(송중기 분)과 서대영(진구 분)이 실천하고 있는 애국주의는 나치 독일과 우리나라 군사독재정권이 내세운 애국주의와는 전혀 다르다. 바로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애국주의인 것.
진영수는 유시진에게 “이게 다 애국심에서 하는 소리야. 이것은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야”라며 “군인이 뭐야? 국가적인 임무를 우선하는 거 그것이 군이 아냐? 지금 이 판국에 노가다 한둘 살고 죽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유시진은 “국가가 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국가야”라며 “군인인 나한테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라고 국가가 나한테 준 임무는 없어”라고 말했다.
서대영 역시 진영수가 실종자 수색을 포기하고 중장비로 자신이 숨겨 둔 다이아몬드가 있는 사무실까지 밀어 붙이라고 강요하는 것을 거부하고 부하들에게 “실종자는 생존자다. 우리는 생존자 수색을 포기하지 않는다”라며 “안 되면?”이라고 말하자 부하들은 “되게 하라”고 소리쳤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구호도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 경제 성장이나 안보를 위해 개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구호였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에서 이 구호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포기하지 말라는,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구호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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