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항공운송협약, 출발-도착지 모두 가입국일 때만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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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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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동재 기자 = 비행기에 실어 보낸 고가의 군사장비를 잃어버리고도 운송사의 책임을 제한한 국제협약 때문에 한 푼도 배상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던 방산업체가 법원의 판결로 구제를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방산업체인 A사가 화물 분실로 생긴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제항공운송업체 B사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국제협약이 아닌 일반 민사법상 손해배상 법리에 따르라는 취지다.

A사는 2011년 9월 B사를 통해 아이티공화국 내 유엔 평화유지군(유엔군) 기지에 주둔하는 국군부대에 개당 2000만원이 넘는 광파거리측정기 두 세트를 보냈다. 이기기는 빛을 이용해 거리를 재는 장비다.

하지만 B사가 항공운송 도중 측정기 한 세트를 분실했고, A사는 이 장비의 납품가격과 납품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소송에선 이 화물배송이 우리나라가 2007년 가입한 '몬트리올협약'이 적용되는 국제항공운송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몬트리올협약은 비행기로 화물을 국제운송하던 중 분실·파손한 운송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화물 중량 1㎏당 19 SDR(IMF 특별인출권), 우리 돈 약 3만2660원으로 제한한다. 이 때문에 수천만원이 넘는 화물을 배송하다 분실하더라도 화물의 실제 가치가 아니라 단순히 무게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

대법원은 우리나라와 아이티 간의 항공운송은 협약이 적용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국제항공운송계약에 몬트리올협약이 적용되려면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협약 당사국이어야 한다"며 "출발지인 대한민국은 당사국이지만 도착지인 아이티는 당사국이 아니므로 협약이 적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1심은 몬트리올협약이 적용된다고 봤다. 법원은 B사의 배상 책임을 72만5065원으로 제한했고, B사에 지불할 항공운송료가 남아있던 A사는 한 푼도 배상받지 못하게 됐다.

2심도 1심과 같이 몬트리올협약이 적용되는 화물배송으로 인정했으나 A사가 고가 화물임을 B사에 미리 밝혔으므로 실제 손해액인 2111만349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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