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이 29일 발표한 ‘저물가의 가계 특성별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에 불과했다. 그러나 소득별로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에 맞게 가중치를 조정하면 소득이 적은 1분위의 물가 상승률은 1.1%였지만, 소득이 많은 5분위는 0.4%였다.
세부적으로 소득이 적은 가구일수록 물가상승률이 높은 주류, 담배, 식료품의 물가 상승 영향을, 소득이 많은 가구일수록 교통 물가 하락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았다. 주류와 담배의 물가 기여도는 1분위 0.8%p, 5분위 0.4%p, 식료품의 물가 기여도는 1분위 0.3%p, 5분위 0.2%p, 교통의 물가 기여도는 1분위 -0.6%p, 5분위 -1.0%p로 소득분위별 기여도 차이가 컸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최근 4개년 추이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1분위 계층이 직면하는 물가상승률이 5분위 대비 높다”면서 “1분위와 5분위간 물가상승률 격차가 2014년 0.0%p에서 2015년 0.7%p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15년 가계동향조사 결과, 1~2인 가구는 식료품, 주거, 보건 지출 비중이 높고, 교육, 통신 지출 비중이 낮았다. 반면 4인 및 5인 이상 가구는 통신, 교육 지출 비중이 높고, 식료품, 주거, 보건 지출 비중은 낮았다.
가구원수별 물가상승률을 추정한 결과, 1인 가구 0.9%, 2~4인 가구 0.7%, 5인 이상 가구는 0.6%로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 0.7%와 차이가 났다.
가구원 수가 적은 가구는 주류·담배 물가에, 가구원 수가 많은 가구는 교육 물가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가구의 연령별로는 39세 이하는 교통, 주거, 오락문화의 물가에 민감했고, 40대는 교육, 50대는 음식, 숙박, 통신, 60대 이상 고령 가구는 식료품과 주거, 보건 물가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백 연구원은 “최근 저물가 현상은 소득이 많을수록, 가구원수가 많을수록 더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된다”며 “소비자들이 저물가를 체감하고 소비 심리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다각도의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소득층 및 소형 가구의 부담 완화를 위해 식료품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는 중년 및 다인 가구에 대해 사교육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과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식 물가와 체감 물가 간 차이를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한국 가계의 소비 특성이 반영된 보다 다양한 소비자물가지수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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