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의 뒤에 늘 따라붙던 꼬리표다. 명문대가 주류인 농구 판에서 추 감독의 말 못할 서러움은 이루 설명할 수 없다.
추 감독이 프로 감독 데뷔 13년 만에 우승을 이루는 순간. 그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토록 그리던 우승이었는데…. 추 감독은 “우승을 하면 원 없이 울고 싶었다”고 울먹이며 감격적인 소감을 대신했다.
오리온은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120-86으로 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했다. 오리온은 2001-02시즌 우승 이후 14년 만이었고, 추 감독은 2003년 KTF(현 kt) 사령탑에 오른 이후 13년 만에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추 감독은 “2년간 밖에 있을 때 ‘이걸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기회가 왔고 끝을 한 번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폴 포츠가 우승을 하는 것을 보며 나한테 주어진 ‘재능은 농구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만큼은 우승을 놓치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추 감독이 오리온 사령탑에 부임한 이후 가장 먼저 한 것은 선수 구성의 변화가 아닌 체질 개선이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추 감독은 “오리온에 처음 왔을 때 전체적인 변화와 개혁이 필요했다.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좋은 코치들을 만났고 선수들이 바뀌어 꿈을 이뤘다”며 그동안의 노력을 떠올렸다.
이제 추 감독은 ‘우승 못하는 비주류 감독’이라는 불명예 타이틀도 벗었다. 추 감독은 당당했다.
“비주류에 우승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게 노력을 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우승을 하지 못해도 내 자식들한테 부끄럽지 않았을 것이다.”
이어 추 감독은 “비주류가 아닌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의 비주류가 바로 주류다”라고 강조했다.
14년 만에 다시 오리온 왕조의 서막이 올랐다. 추 감독은 울산 모비스에 이어 새 왕조 탄생을 알리며 선수들에게 한 가지를 당부했다.
“한 번 우승 맛을 봤다. 선수들이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의 자존심을 지키며 도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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