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지난 1월 변리사법 개정으로 변호사도 실무수습을 받아야 변리사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이를 놓고 변호사 변리사 두 직역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대한변리사회와 대한특허변호사회가 성명전을 벌여 두 직역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변리사회는 전통의 변리사회이고, 대한특허변호사회는 변리사법 개정 당시 대한변호사협회가 변리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들을 모아 만든 단체다.
구체적인 변리사 실무수습의 기간과 방법이 개정안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를 정하는 걸 놓고 두 단체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두 직역간 본격적인 밥그릇 싸움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한변리사회와 대한특허변호사회, 날 선 성명전 돌입
지난 22일 특변은 '대한변리사회는 대한특허변호사회에 대한 비난 성명을 철회하고, 즉각 사과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변리사회가 지난 17일 '대한특허변호사회는 특허전문가 행세를 하여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특변은 “대한변리사회는 대한특허변호사회의 소속 변호사들을 검증되지 않은 자들이라 매도하면서 이들에게 특허 전문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고, 대한특허변호사회는 그 본질을 숨긴 위장단체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며 “그러나 대한변리사회의 비난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특허변호사회는 특허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들이 상호교류를 통해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할 목적으로 설립한 엄연하고 실질적인 변호사단체”라며 “그럼에도 대한변리사회가 대한특허변호사회를 실체가 없는 위장단체라고 비방하며 해산을 요구한 것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국민을 기만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특변은 “대한변리사회는 특허 분야에서의 실질적 국민권익 보호의 길이 무엇인지 명심해 더 이상 소송대리권 운운하지 말라. 변리사는 특허침해소송 등에서는 소송대리권이 없다. 그나마 변리사에게 인정되는 특허심판원심결취소소송 대리권도 특허소송이 법정 변론 없이 진행되던 특수한 배경 하에서 변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인정됐던 것이다. 변리사의 특허소송 대리권을 일반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특변은 “대한변리사회는 신임 회장이 선출된 후 취임식도 하기 전에 새 회장과 임원들에게 해임을 요요구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한변리사회가 대한특허변호사회를 공격하는 것은 내부갈등을 희석시키려는 얕은 수작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변리사회는 지난 24일 “대한특허변호사회는 거저 얻은 변리사 자격을 반납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변리사회는 “대한변호사협회는 국내 유일의 특허 분야 법정단체인 대한변리사회와 유사한 명칭의 ‘대한특허변호사’라는 꼭두각시 단체를 만들어 지식재산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다”며 “이로 말미암아, 자칫 그동안 특허전문가로서 국민의 신뢰를 쌓아온 변리사의 명예가 실추되고, 나아가 국가 특허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일이 발생할까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변리사회는 “변호사는 특허 전문가가 아니다”며 “특허 분야의 특수성과 이를 다루는데 요구되는 전문성을 간과하고 금융, 기업, 의료, 조세 등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부터가 변호사들의 특허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또 “변호사가 특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이 양질의 특허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자 오늘날 국가경쟁력을 퇴보시키는 소행”이라고 비판했다.
변리사회는 이와 함께 “대한변호사협회는 변리사회 내부 갈등 조장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변리사회는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월, 변리사회 회장선거에서 변리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들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했다”며 “이는 마치 변리사회 내부에 변협의 지원을 얻고자 하는 세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초래할 수 있는 비도덕적 행위로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게다가 대한변호사협회는 변리사 자격을 얻고자 하는 변호사가 개정 변리사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변리사 실무수습을 형해화해 70년 동안 우리나라 유일의 특허 전문가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아온 ‘변리사’의 명성을 훼손하고, 변리사의 정체성을 해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리사회 내부 분란 조짐...현직 회장 해임안 논의
최근 변리사회는 현직 회장의 해임 여부를 회원들에게 묻기로 했다. 변리사와 변호사 두 직역간 업무영역 갈등이 변리사업계 '온건파'와 '강경파'의 분란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변리사회는 다음달 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강일우 회장과 임원 등 집행부 해임안 등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총회 소집은 지난달 치러진 회장 선거의 후유증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제38대 회장 선거에는 변리사와 직역 갈등을 빚는 변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변리사회 회원 3101명 중 변호사 자격을 가진 변리사는 12.8%(397명)다. 선거 당일에는 하창우 변협 회장과 김승열 특변 회장 등 변호사 출신 변리사 58명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강 회장은 상대 후보에 50표 차이로 신승했다. 당시 업계에선 변호사의 변리사 활동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지닌 강 회장을 변호사 출신 변리사들이 지지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결국 변리사 11명은 지난 10일 변리사회 선거관리위원회에 '회장선거 당선 이의신청'을 냈다. 지난 14일에는 회원 653명이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선관위는 지난 24일 이의신청을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이번 분란은 변리사와 변호사 간의 직역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특허침해 소송에서 변리사 소송대리권 부여와 변호사의 변리사 자동취득 제도를 두고 양측은 그간 갈등을 빚었다. 회장 선거를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은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일정 기간 변리사 수습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변리사법이 개정되자 위기감을 느낀 변호사들의 공세가 강화됐다. 아울러 변협이 특변까지 설립하면서 변리사들도 집행부 해임안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변리사회 관계자는 "해임안이 통과되면 다시 회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후보자 등록과 선거운동 기간을 감안할 때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리사회 "실무수습 2년은 해야" vs 특변 "2개월이면 충분"
오는 7월부터는 개정된 변리사법 3조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한 실무수습을 마친 사람'만 변리사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된 변리사법의 문제는 구체적인 실무수습의 기간과 방법에 대해서 정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행 변리사법 시행령은 실무수습 기간을 1년으로 정했으며, 실무수습은 변리사회, 변리사 사무소 또는 변리사회가 지정하는 기관에서 실시하고, 실무수습의 내용, 방법, 절차 등은 변리사회가 특허청장의 승인을 받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구 시행령은 변리사 등록 신청 전 1년 이상의 실무수습을 마쳐야 한다고 정했지만 변호사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예외 조항을 둔 바 있다.
이 조항이 삭제되면서 시행령과 시행규정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관할 부서인 특허청은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열어 실무수습 방안을 고민 중이다.
현재 변리사들은 변호사도 변리사와 동일한 실무수습을 받거나, 오히려 교육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변협은 변호사 교육은 변호사 단체가 직접 맡아야 하고, 교육 기간도 2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관 출신인 한 중견 변호사는 "실무수습 기간을 빨리 정해야 두 직역 간 갈등이 사라질 것"이라며 "두 직역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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