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0일 "총선 승패와 관계없이 뒷마무리를 잘 하고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를 차기 대권을 향한 행보로 해석하는 데 대해 그는 "총선을 앞두고 대권을 얘기하지 말아달라"면서 "제가 그런 길을 가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국민께 수십 번 약속한 정치혁신의 결정판인 국민공천제 100%를 지키지 못해 당이 일대 혼란이 있었고, 언론 보도상 정신적 분당 사태라고 나올 정도의 사태를 맞이한 데 대해 당 대표로서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사퇴 결심을 발표했다.
김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대표직 사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선 직후 계파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갈등구조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제가 (사퇴 결심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대권 행보를 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부정하며 "대권 운운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감'인 사람은 잘 안보인다"고도 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그는 "정치 생각이 있으면 자기 정체성에 맞는 당을 골라 당당히 선언하시라, 새누리당은 환영한다"면서 "그러나 민주적 절차에 따라 도전하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향식 공천에 대해서는 "87.5%가 경선으로 결정이 됐기 때문에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많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4년 뒤 총선에선 이것이 100% 국민공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특히 논란이 됐던 당내 공천 갈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대부분은 "답변하지 않겠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공천 결과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공천에서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당 대표로서 사과드린다"면서도 "선거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답변을 자제했다.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 부족을 지적하는 질문에는 "최고위원 9명 중 저는 1명이어서 아무리 제가 이 길이 옳다고 해도 다수 반대가 있으면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라며 "언젠가는 말씀드릴 날이 있을 것"이라고 역시 즉답을 피했다.
공천안 추인을 거부했던 이른바 '옥새파동'을 벌인 진의에 대해서는 "원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넘어온 안대로 했으면 이번 선거는 굉장히 어려운 선거가 됐을 것"이라며 "제 결정이 없었다면 과반수 득표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저는 도장을 밖에 갖고 나간 적이 없다"고도 해명했다.
단, 이 과정에서 불출마 결단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그건 무책임한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대표의 측근 인사들이 대부분 공천을 받은 점과 관련해 '실속을 챙겼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전 계보가 없는 사람"이라며 "그 분들이 많이 생존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일"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이한구 공관위원장 등 공관위와 있었던 갈등에 대해선 불편한 기색도 내보였다. 특히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잘못된 공천 명단이 최고위에 올라와서 이것만큼은 바로잡아달라고 (공관위에) 내려보냈지만 무시당했다"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의 야권연대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더민주)당이 왜 분당됐느냐, 결국은 때 이른 대권 경쟁 때문"이라며 "연대는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아주 못난 짓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김종인 더민주 대표를 향해 "운동권 체제를 고칠 의사를 자칭하고 계시는데 제가 볼 때 이 분은 의사라기보다 분장사"라며 "더민주는 운동권 중병을 고치기 위한 수술을 하지 않고 쉬운 화장을 택해 유권자를 유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 대해서도 "이상을 너무 높게 잡아 현실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 많이 힘에 부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소통과 관계 설정 등에서는 "박근혜 정권에서 추진한 각종 개혁정책은 제가 앞장서서 뒷받침을 잘 해왔다"고만 답하며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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