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음성 없이 오롯한 기타…최희선의 매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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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3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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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앤트웍스커뮤니케이션]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누가 보컬도 안 세운 일렉기타 공연을 보러 가냐. 기타는 노래 반주에나 쓰이는 거지.”

단단한 선입견은 기타리스트 최희선 앞에서 처절하게 무너진다. 내년이면 40년. 강산이 네 번이 변할 동안 변함없이 기타에 미쳐있었던 기타리스트 최희선이 25, 26일 양일간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 ‘MANIAC’을 열었다. “너라면 내가 의리로 노래를 불러주겠다”는 유명 가수들의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제2의 최희선을 꿈꾸는 후배 연주자, 김영균(베이스)·이충훈(드럼)을 세워, 연주로만 두 시간을 채웠다.

최희선은 가왕 조용필과 30년 넘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밴드 ‘위대한 탄생’의 리더다. 1977년에 데뷔해 2013년 첫 솔로 앨범 ‘Another Dreaming’을 내기까지 36년이 걸렸다. 낙원상가 깨나 다녀본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명장에게도 국내 연주 음악 시장은 이렇게 팍팍하다. 39년 동안 매일 스무 시간을 연습하는 최희선은 그럼에도 세 장의 앨범을 냈고, 세 번의 단독 공연을 열었다.

거장의 연륜만을 기대하고 ‘MANIAC’을 찾았다가 큰코다쳤다. 그는 달관한 듯 여유롭게 제 마음을 기타로 전달하다가도 어느 때는 여전한 젊음의 패기를 가득 담아냈다.

오프닝곡 ‘댄싱 핑거스’는 듣는 음악이 아니라 보는 음악이다. 설령 그를 모르는 관객이라 할지라도 기타 위에서 춤을 추듯 자유롭게 유영하는 손가락을 본다면 단박에 그의 위상을 알아챌 수 있다. 2집 타이틀곡 ‘MANIAC’은 기타의 한계를 넓힌다. 뱀의 혓바닥처럼 귀를 자극하는 리듬을 발산하는 기타는 현악기가 아니라 타악기처럼 보였으니까.

영원히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을 지닌 남자의 쓸쓸함을 담은 ‘Remember’, 바다를 뚫고 솟구치는 태양의 에너지를 머금은 ‘희망가’는 “가사가 없이 연주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최희선의 바람을 현실화했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와 ‘꿈’이 기타로만 연주되었을 때, 조용필을 대신해 관객이 한목소리를 내 노래하는 장관이 벌어졌다. 바다에 잠든 젊음과 그 가족을 위로하는, 세월호 추모곡 ‘Pray For Korea’가 흐르자 공연 내내 가득했던 열기는 모두 잠식됐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 900명의 감정이 투둑 터져 언제나 보컬 뒤편에 놓여있던 기타가 가진 힘에 놀란다.

“첫 음반 ‘Another Dreaming’를 낼 때, 배철수 씨가 그러더라고요. ‘너 그렇게 노래 없이 연주로만 앨범 내면 배 철수 해야 한다’고요. 하하. 그때가 MBC ‘나는 가수다’ 세션에도 참여할 때라 거기 출연하는 가수들 역시 ‘그냥 노래해 줄 테니까 노래 넣자. 안 그럼 성공 못 한다’고 먼저 제안을 해 줄 정도였죠. 그랬다면 훨씬 수월했겠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제 길이 아닌 것 같아요. 저의 길을 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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