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아직은 성직자들을 존경해도 되나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4-01 08: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사진=아이클릭아트]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3일 종교인소득에 대한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내용을 보면, 종교인의 소득 중 비과세 소득은 종교인 활동과 관련된 본인 학자금, 종교단체 제공 식사 또는 월 10만원 이하 식비, 숙직료·여비, 종교의식에서 착용하는 의복 등 실비변상액 등이다.

종교인의 소득이 2000만원 이하면 과세하지 않는 경비를 80%까지 인정하지만 2000~4000만원은 1600만원+2000만원 초과분의 50%를, 4000~6000만원은 2600만원+4000만원 초과분의 30%를 그리고 6000만원 초과는 3200만원+6000만원 초과분의 20%를 각각 인정한다.

종교인의 퇴직에 따른 소득은 종교인소득이 아닌 퇴직소득으로 분류된다. 퇴직소득으로 분류과세시 근속연수공제, 소득수준별 차등공제(100~35%) 등을 적용받게 돼 종교인소득보다 세부담이 낮다.  2018년 1월 1일 이후 발생하는 소득분부터 적용되는 이 법에 따르면, 종교인들은 1인당 평균 21만7000원 정도를 납세할 것으로 보인다. 과세 대상은 4만6000명 정도이고 연간 세수는 1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액수를 떠나서 47년 만에 처음으로 입법에 성공한 '종교인 과세'의 첫걸음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종교인 근로소득과세를 위한 국민운동본부(종세본)는 연봉 4000만원의 근로소득자가 같은 금액을 받는 종교인보다 많게는 7.7배의 세금을 더 낼 것이라고 분석한다. 근로자와 종교인의 납세 수준을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건 온당치 않다는 견해도 있지만, 종교인들이 일반 국민보다 적게 내는 것은 사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종교계는 국민들로부터 한없이 멀어져 갔다.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국민들은 자신보다 수십 배 이상 많이 버는 종교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국회는 2년이라는 유예 기간으로 조세공평주의를 위배했으며, 실제 이 법이 시행될지는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의혹마저 있다.

애초부터 공평하게 과세를 했으면 될 일이었다. 이 나라 권력을 언제부터 종교가 나눠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에게 동의를 받는 절차도 없이 '무늬만 성직자'들이 특권층이 되어가고 있다. 비대해진 종교권력과 성직자들의 패거리 문화가 해당 종교의 위대한 가르침을 갉아먹고 있다. "부처님과 예수님은 부패한 성직자들이 지옥문을 두드렸을 때 '우리 제자가 맞다'고 말씀하실지 모르겠다"는 한 신도의 푸념은 그냥 넘길 게 아니다. 

곧 선거가 다가온다. 헌법20조는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공정한 종교인 과세 이행을 위해서라도 특정 종교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이들은 다음 국회에서는 제발 안 봤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부처나 신의 가르침을 따르는 올곧은 성직자라면 솔선수범해서 근로소득세를 받아들여야 한다. 군대는 가면서 왜 납세의 의무는 피하려 하는가?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설교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가?  

우리는 아직 성직자들을 존경해도 되는지, 종교인이라면 스스로에게 꼭 묻기를 바란다.

dogyeom.ha@gmail.com

※ 이 칼럼은 사부대중이 맑고 밝은 구도의 길을 가기 위한 자성과 쇄신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일부 전문가와 신도들의 우려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